[경기시론] 교통질서 준수,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의 파수꾼

1970년대, 미국 작가 게리슨 케일러는 ‘워비곤 호수’라는 가상의 마을을 무대로 라디오 쇼를 진행했다. 이 마을은 모든 여자가 강인하고, 남자는 잘생겼으며, 아이들은 평균 이상인 허구의 세계다.

이 쇼는 큰 인기를 얻어 2006년에는 영화로 제작되고, ‘워비곤 호수 효과(Lake Wobegon Effect)’라는 신조어도 생겨난다. ‘다른 사람들보다 재능이나 실력이 뛰어나다고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워비곤 호수 효과가 가장 빈번하게 그리고 분명하게 나타나는 경우는 ‘도로 위 운전 상황’이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자신은 평균 이상의 숙련된 운전자라 믿는다. 평소에 조용하고 온화하며 소심한 성격을 지니고 있더라도 운전대만 잡으면 과격해지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은 운전 중 DMB 시청이나 휴대전화 사용 안 하기, 교통신호 준수 등은 종종 무시하곤 한다.

교통질서를 지키지 않아도 충분히 교통사고를 회피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통안전공단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운전자 2명 중 1명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도로 위 워비곤 호수 효과’는 운전자 자신뿐 만 아니라 소중한 가족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릴 뿐이다. 많은 실험과 연구들이 이를 입증한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 교통연구소(VTTI)의 2009년 연구에 따르면, 운전 중 음성 통화 시 사고 위험성이 1.3배 증가했다.

음성통화를 위해 다이얼을 누를 때는 2.8배로 더욱 높아졌다. 문자 메시지 전송은 평상시 대비 교통사고 위험성을 무려 23배 증가시켰다. 운전 중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시청은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청(NHTSA)에 따르면 운전 중 DMB 시청 등은 운전자의 반응시간을 현저히 떨어트렸다. 이는 도로교통법에서 음주운전으로 규정하고 있는 혈중 알콜농도 허용치 0.05% 보다 훨씬 높은 0.08% 수준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도 치명적이다. 교통안전공단은 지난 2012년 운전 중 DMB시청과 같은 부주의로 인한 충돌사고 발생 시 인명피해 정도를 측정했다.

80㎞h와 100㎞h의 속도에서 충돌할 경우 각각 8층 높이와 13층 높이 건물에서 떨어진 것과 동일한 충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체상해에 가장 영향이 큰 머리 상해치를 분석한 결과, 100㎞h에서는 중상가능성이 99.9%까지 치솟았다.

교통질서를 지키고 방어운전을 실천하는 확실한 예방만이 교통사고를 막을 수 있다. 특히, 자동차에 탑승하면 반드시 안전띠를 매야 한다. 우리나라의 안전띠 착용률은 78%에 머물러 있다.

안전띠는 교통사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보편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교통안전공단 실험에 따르면, 승합차에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을 경우 상해가능성이 16배나 높게 나타났다. 자동차에 타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안전띠 착용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고 실천해야 한다.

많은 운전자들이 도로 위에서 위험 상황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는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에 빠져있다. 하지만, 이러한 근거 없는 기대는 교통사고 위험성을 높일 뿐이다. 기본질서를 지키는 것이 교통사고로부터 우리 모두의 안전과 행복을 지킬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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