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또 다른 광복을 기다리며

일본의 식민지로 36년간 나라 잃은 백성들의 고난의 수위가 어떠했는지 태평성대를 살아온 젊은 세대에게는 이해하기 버겁다. 6ㆍ25 전쟁 때 쌀이 없어 굶기를 밥 먹듯 했다는 어른들의 이야기에 “밥이 없으면 라면 먹으면 되는데요” 라는 아이들의 대답에 애잔한 마음이 앞선다.

2015년 8월에 맞는 70주년 광복절의 의미를 생각한다. 과거 헐벗고 권력에 무력한 백성들의 아픔이 상존한 왕조시대를 지나, 이제는 경제선진국 대열에 서서 한류문화를 자랑하며 민주국가로서 국제적 위상이 한결 높아진 세대에 살고 있다.

돌아보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투하가 해방을 가져다주었다는 것은 어찌보면, 수많은 선구자와 애국 열사들의 한 맺힌 구국투쟁의 결과이며, 더 나아가 탐관오리에 의해 국권을 상실하고 매국노에 의해 빼앗긴 땅이지만 일제억압의 고리를 뜯어내려는 투박한 백성들의 일관된 나라사랑의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 유사 이래 수많은 외침의 역사 속에서 생존해 왔던 한국인이 세계사 속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일제로부터 광복의 역사를 만들어 내었지만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있는 압제의 또 다른 고리가 우리를 지금도 조이고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남북이 휴전상태에 있고, 북한이 핵무기를 앞세운 남한 불바다 협박 속에 늘 자신감을 갖는다면서도, 적화야욕의 뇌관이 북한 정권의 불안감과 남한의 동조세력의 합작으로 예고 없이 폭발될 수 있다는 것에 이르면 그간 국토방위의 대응력을 목격해온 전례 때문인지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다.

1975년 베트남이 공산화되고 이어서 역시 캄보디아는 폴 포트가 이끄는 공산정권 크메르 루즈에 의해 자행된 학살로 온 땅을 피바다로 물들이며 킬링휠드를 만들었다.

국가가 부패하면 틈새를 놓치지 않고 극악한 공산정권이 침투한다. 잘 살게 해준다는 그럴듯한 명분에 속아 민주주의가 유린되고 소수의 무리들은 불평에 포로가 되어 나라를 혼돈의 블랙홀로 내몰아간다. 광복 7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우리는 광복해야 할 남은 땅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오직 정권쟁취에만 올인하게 만드는 선거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어느 정당도 상대정권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이 안정되면 수권 기회가 요원해지는 기묘한 정치시스템의 개선방향을 국민들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걸까?

장성훈 부광노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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