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가벼운 스마트폰 결제 단말기 개발 불구
정부, ‘1개 단말기 1개 사업자’ 의무화로 인증 난항
제조업체들 “수억원의 개발비만 낭비… 폐업 위기”
국내 중소기업이 어렵게 기술개발에 성공, 국제기술 표준 인증까지 받은 제품이 정부의 안일한 탁상행정으로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11일 스마트폰 결제 단말기 제조업체, 배달대행업체 등에 따르면 정부는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지난달 21일부터 신규로 카드 결제단말기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IC단말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IC카드가 마그네틱카드보다 보완성이 우수해 카드복제 등 사고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권한을 위임받아 IC단말기 인증기준을 만든 여신금융협회가 계산대에 두고 쓰는 카드결제(POS 단말기)에만 초점을 맞춘 반면 스마트폰 결제 단말기에 대한 인증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제조업체들이 수억원의 개발비 낭비와 함께 폐업 위기에 놓였다.
스마트폰 결제 단말기는 이어폰 잭(JACK, 플러그를 꽂아 전기를 접속시키는 장치)에 꽂아 사용하는 휴대용 카드결제기로 부피가 기존 휴대용 결제단말기의 20분의 1로 작고, 가격도 6만원대로 기존 제품의 20% 수준이다.
이처럼 작고 가벼운 카드결제기를 만들었지만, 정부가 제대로 시장조사조차 하지 않고 인증기준을 세워 향후 2년 내에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특히 IC단말기 인증을 받으려 할 경우, 1개 단말기에 1개 사업자만 등록해 결제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 해 개발제품의 장점인 1개 단말기에 여러 사업자를 등록, 결제할 수 있는 방식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1개 단말기에 1개 사업장만 결제할 수 있도록 하면 스마트폰 결제 단말기 주사용자인 배달대행업체 기사들이 단말기를 수십개씩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이 생긴다”며 “정부에서 시장조사조차 안한 채 제도를 만들어 애꿎은 영세업체만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제조업체 관계자는 “결제금액과 결제시간이 저장되기 때문에 사고가 나도 충분히 추적할 수 있다”며 “국제 IC카드 인증 규격인 EMV 인증을 받았는데도 정부에서 시장 활로를 막아 답답할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1단말기 1사업자 원칙은 보안 강화를 위해 설정한 부분”이라며 “스마트폰 결제 단말기도 기준을 충족해 KTC(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등 인증기관의 검사를 통과하면 이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EMV(Europay Mastercard Visa)는 유로페이, 마스터카드, 비자 등 세계 3대 신용카드회사가 공동으로 제정한 IC카드 관련기기의 국제기술 표준이다.
이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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