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국민은 국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거나, 채널을 돌려버리거나, 한숨을 쉬거나 하는 등의 행동으로 거부감을 나타내기 일쑤다.
그러나 우리 앞에 나타난 국회의 모습을 외면만 할 것이 아니라 한번쯤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보기 좋건 싫건 간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요, 거울에 비추어진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도 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직접 민주주의가 아니라 간접민주주의, 즉 대의정치제도를 택하고 있는 오늘날, 국민은 자기의 의사를 대변하여 줄 사람에게 한 표를 던져주고 그가 제 역할을 하는지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 이 사회가 어떠한가?
그야말로 사분오열되고 모두가 자신의 이익만을 좇아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경제는 침체되고 경쟁은 날로 격화되어 살기가 더욱 힘들어져 상호간에 이전투구하는 양상이 아니던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대변하라는 임무를 받고 모인 국회의원들이 서로 간에 의견이 틀려 ‘서로 싸움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히 예견된 결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이익을 옹호하라는 임무를 부여해 국회로 보내준 사람이 나의 이익을 철저히 옹호하지 않고 상대방과 타협한다니 말이 되는가?’라는 생각만 가지고 본다면, 아마도 국회의원들은 매일같이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국민 개개인의 이익만을 대변코자 싸움박질에만 몰두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국회의원들에게 단순한 대변자 역할이나 싸움박질보다는 더 나은 지도력과 더 나은 정치력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답게, 개개인의 이익을 넘어가는 공동선(共同善)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가 있기 때문이고, 그 기저에는 국회의원들이 그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그러한 국민의 희망과 기대가 사라지지 않고 있을 때 더욱 분발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이 제 역할을 다할 때란, 당권을 가진 자나 자신에게 공천을 준 자, 더 나아가서는 자기에게 표를 준 자까지도 넘어서서, 온 국민의 미래와 공리를 실현키 위해 양심의 깃발을 드는 그 순간이라고 생각된다.
손범규 前 정부법무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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