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前 주윤발 주연의 ‘공자-춘추전국시대’란 영화가 상영됐다. 영화는 춘추전국시대에 공자가 노나라에서 순장으로 인해 죽어야하는 어린 노비를 구출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공자는 당시 최고 권력층에 도전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 명의 어린 노비를 구명하게 된다.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당시 최고 고위직이 임종과 함께 ‘자신이 가장 아낀 이를 함께 묻어 달라’는 유언으로 죽을 수 밖에 없게 된 어린 소년이 장례가 진행되던 중 도망쳐 공자의 장막까지 이르게 된다.
장소는 국사를 논하는 어전 회의. 한 마리 꿩을 살려주는 것에 대해 자화자찬하는 대신들 앞에 공자는 어린 소년을 등장시킨다. 대신들은 한 마리 꿩을 돌보는 것에는 애정을 쏟으나 한 사람을 살리는 데는 인색한 권력층의 양면성을 보여주게 된다. 어린 노비가 죽어야 하는 이유는 선친의 유언을 받아 그것을 지키기 위한 효심이고 이것을 지키는 것이 예(禮)라 미화한다.
공자의 기지는 이 때 빛을 발한다. 죽은 자와 친분이 두터웠던 대신을 향해 ‘생전에 친분이 두터워 항상 함께 붙어 다니셨다고 했으니, 돌아가신 후에도 함께 묘아래로 가셔야지요? 당신이 그리 하실 수 있다면, 이 어린 노비를 내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대신들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공자는 ‘자신이 하지 않으려는 것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다.’는 말로 상황을 정리하고, 순장제도를 폐지한다. 한 생명을 구하는 일로 시작해서 당대의 악습의 고리를 끊게 하는 결단을 가져온다.
오랜 세월 걸쳐온 제도와 관습은 쉽게 변화되지 않는다. 공자가 활동하던 춘추전국시대는 이상적인 현실국가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던 제자백가가 활동하던 시기이다. 공자의 위대한 점은 국민 모두가 예로 서로 존중하며 잘사는 국가를 만들기 위한 기틀이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에 있다고 본 것이라 생각한다. 그 마음으로 제도와 관습을 바꾸어 국민이 행복한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공자의 행동을 현재 우리사회에 적용해 보면 어떻게 될까?
우리 사회나 조직의 곳곳에 상식적이지 못한 행정들이 개개의 특성마다 존재하고 있다. 마치 순장제도처럼. 그러한 관행과 제도를 없애는 방법은 가장 작지만 한 구성원을 돌보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행정이란 틀 속에 맞추는 것에만 몰입할 뿐, 정작 누구를 위해 그것이 존재하는 지를 잊는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한 명의 고객이 정당한 요구를 했으나 기존의 시스템으로 지원이 불가하다고 시스템에 맞추어 요구를 변경하라고 한다면 올바른 것인가? 한 조직 구성원이 새로운 일을 시도하면서 필요한 행정지원을 요청했을 때,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를 모르니 그러한 일을 하지 말라고 한다면 올바른 것인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일들이 우리 조직 내에 있다면 바로 그것에서부터 조용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IMF를 지나면서 우리 사회에 구조조정 또는 구조개혁이란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했고, 경기의 변동 속에 실적이 약화된 기업에는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되었다. 조직의 생명과 활성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결정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은 구성원인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환부를 냉정히 도려낼 줄 아는 침착함이다. 그 마음으로 조직의 변화를 저해하는 가장 작은 일을 바로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재성 인하공업전문대학 화공환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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