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취업시즌이 다가오지만 취업준비생들의 시름은 깊다. 지난 7월 말 기준 총고용률은 61.1%로 전년과 같지만 일본 73.5%, 미국 69.2%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이다. 총 실업률은 3.7%로 전년 동기대비 다소 나아졌지만 실업자수는 8만여명 늘었다.
그런데 청년층 실업률은 9.4%로 전체의 2.5배에 달해 여전히 주요 정책과제가 되고 있다. 다행히 정부에서 청년 일자리 20만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 미스매치와 일자리를 바라보는 시각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일단 들어가야 기회가 생긴다. 여러 장의 이력서를 쓴다지만 소위 대기업만 쳐다보고 있지는 않은가. 물론 평균적으로 대기업이 총급여와 복지에서 우월한 것이 사실이지만 직무만족도와 삶의 질에서도 높은지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 생태계에서 대기업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비대해졌지만 규모를 가리지 말고 일단 입사를 권한다.
기업은 유기체라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입사하고 나면 일자리는 자신이 만들어 갈 기회가 생긴다. 흔히 일은 들어가서 배우면 된다는 얘기가 여기서 나온다. 기업은 사원들의 능력이 자산가치가 되기 때문에 비용을 투자하면서 인재를 양성한다.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한사람이 영업과 인사 및 재무관리를 포괄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이때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또한 기업은 순환보직과 승진시험, 해외파견 등 실무를 두루 섭렵케 하면서 잠재력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대기업에서 특정업무로 인생의 반 토막을 바치는 것도 소중하지만 중소기업에서 다양한 업무로 자기를 재발견하는 것도 또 다른 행복이다.
신입사원은 석박사 코스를 마치고 입사해도 찻잔 심부름부터 하는 것이 우리 문화다. 문화의 개선은 시간이 필요하기에 가리지 말고 일단 들어가서 기회를 만들자. 일하려는 사람이 작업복 먼지를 싫어하고 3D업종을 가린다면 취업은 자꾸 멀어져만 간다.
일자리에 나를 맞춰야 한다. 내게 맞는 이상적인 일자리는 있을 수 없다. 승자독식이 갈수록 구조화되어가는 제로섬게임의 전장에는 반드시 승패가 갈리게 되어 있고 개인의 존재가치는 뒷전이기 때문이다. 설령 내게 맞는 일자리를 찾았어도 내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게 조직사회의 속성이다. 금융기관의 예를 보면 상경계 출신보다 법대나 인문계열이 많은 사례도 잦다.
입사 후 실무에 있어서도 수리, 경제적 지식 못지않게 실제로는 법, 인문과학 지식과 사회성이 자산이 되는 경우가 더욱 많다. 법조인이나 의대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법대를 나왔다고 해서 평생 소송업무만 하는 것도 아니고 문리대나 상경대 출신이라고 경영관리만 하는 일은 별로 없다.
물론 이런 모습은 학제와 산업 수요간 미스매치의 전형이기도 하다. 그러나 재벌 2세도 각종 업무를 두루 거치며 훈련을 받는다. 전직하면서 몸값을 올리는 잡호퍼(이직)시대에 다양한 업무 경험은 틀림없이 큰 자산이 된다.
무역중심의 우리 경제, 특히 중국에 수출의 24%를 기대고 있는 우리로선 작금의 세계경제 여건이 매우 버겁다. 일자리가 이슈화되는 건 어쩌면 당연하지만 세대 간 일자리 다툼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 베이비부머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재취업을 위해 나이를 낮추는가 하면, 현장에서는 이제 귀농도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상당수의 젊은이들은 학자금 대출의 상환기가 도래되면서 취직은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이나 우리의 일부 대학처럼 산업수요에 맞춘 학제는 인력 수급조절의 가능성을 시사해준다.
전 산업에서 중소기업의 비율이 미국, 일본, EU와 우리나라가 공히 99.7~99.9%에 달한다. 근본적으로는 창조경제 개념하에 파이를 키워야 하겠지만 산업구조를 꾸준히 개편하면서, 교육체계와 연계하면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것이다.
명정식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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