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엔 ‘인천의 은행’이 없다. 인천 기업들에 대해 좀 더 멀리 내다보고 대출해주고 또 좀 더 끈기 있게 신뢰해주는 은행이 없다.
인천 기업들은, 그들의 가장 심각한 경영상의 애로점을 자신을 믿고 대출해주는 금융 파트너가 없다는 것을 손꼽고 있고, 또 인천에는 다른 도시에 비해 수익성을 추구하는 제1금융권 상업 은행들의 경기탄력적인 대출을 상쇄해줄 수 있는 공공적인 지역 금융이 턱없이 부족하다. 큰일이다.
왜냐하면 지역 기업들은 비올 때 우산을 계속 써서 어떻게든 비를 피해야 하는데, ‘인천의 은행’이 없으니 빗줄기가 세다는 이유로 쓰고 있는 우산을 회수당하기 일쑤이다. 인천 기업들은 기업 활동의 가장 기본인 금융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한마디로 이들은 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의 기본 인프라의 혜택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인천 기업들의 자금수요와 이들에 대한 자금공급 간의 격차를 나타내고 있는 ‘BSI지수’는 날로 커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지역금융의 공백 문제에 인천 시정부는 물론이거와 지역 정치권, 그리고 지역 시민사회 역시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 하고 있다.
인천의 라이벌인 부산을 보라. 그곳엔 ‘부산의 은행’이 있다. 즉 부산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하고 고용할 수 있게 하는 지역 차원의 공공적 금융지원 인프라가 작동하고 있다. ‘부산의 은행’은 부산 기업들에 경기에 탄력적인 대출을 하지 않는다. 바꿔 말해, 기업들에 빌려준 우산을 쉽게 회수하지 않는다.
이러니 부산 기업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도 하고 고용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인천에는 ‘인천의 은행’ 없어 불황기에는 우산 돌려주기에 바쁘니 장기적 차원에서 투자와 고용을 유지할리 만무하리라. 실제로 부산의 설비투자는 경기와 무관하게 유지되고 있는 반면에 인천의 경우 기업들이 공공적인 은행대출의 은총을 받지 못하는 탓에 설비투자와 고용은 경기에 매우 탄력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지역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이 증대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에는 지역을 거점으로 하면서 지역의 은행들에 인내심 있는 대출을 제공하고 있는 은행이 있어 기업의 자금조달 사정을 개선시켜줄 뿐만 아니라 지역의 거시 경제적 안정성마저 높이고 있다. 지금 인천은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고용을 유도해낼 수 있는 정책도 빈곤한 데다 ‘인천의 은행’도 없다. 최악의 상황이다.
인천의 누군가는 인천에는 새마을금고, 신협과 같은 이른바 지역밀착형 금융기관들이 아직은 많으니 지방 은행을 꼭 다시 설립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건 무슨 궤변인가? 인천의 지역밀착형 금융기관 수가 타 도시에 비해 아직은 많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 말인가?
라이벌 부산 통계를 자꾸 들어 미안하지만, 부산의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의 대출은 경기변동에 전혀 탄력적이지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지역의 기업과 금융소외자들이 그래도 외롭지 않은 불황 견디기를 할 수 있는데 반해, 인천의 그것은 경기변동에 매우 탄력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인천에는 지역밀착형 금융기관들조차 ‘인천의 은행’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의 경제 정책가들이여, 인천 기업들의 자금조달 위기를 직시하라. 인천에는 인천 기업들과 인천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인천의 은행’이 필요하다.
이는 수익만을 중시하는 은행이 아니라 ‘지역’을 고려한 공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은행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그 잘난 ‘1도 1행’의 원칙을 전면에 내세워서라도 인천을 위한 ‘인천의 은행’을 다시 설립해야 한다.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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