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위기 학교에 울려퍼진 ‘희망의 선율’

동두천 탑동초교 하모니 오케스트라

동두천 탑동초등학교(교장 이정희)에 9일 ‘보기대령 행진곡’(Colonel Bogey March)이 울려퍼졌다.

오케스트라 초청 공연이라도 왔나 싶어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을 따라가 보니 그곳엔 10살 남짓한 아이들이 연주에 심취해 있다. 평일은 물론이고 토요일에도 아침부터 나와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아이들은 탑동초등학교의 자랑거리, 하모니 오케스트라다.

학생이 적은 많은 시골학교가 그러하듯 탑동초등학교도 한때 폐교위기에 몰렸었다. 당시 전교생이 72명, 전 학년이 6학급뿐인 작은 산골짜기 학교가 폐교된다는 소식은 사람들에게 별로 충격적인 일도 아니었다.

2011년 이남봉 교장이 부임해 학교 살리기를 위한 각종 교육활동이 전개되면서 학교가 바뀌기 시작했다. 하모니 오케스트라도 일환이었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에 위치한 학교 아이들에게 악기 연주를 통해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교내·외 문화 행사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함으로써 소속감과 애향심을 길러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모니 오케스트라가 결성되면서 학교 분위기도 180도 달라졌다. 기존에 있던 학생들은 생전 처음 보는 다양한 악기들을 연주하며 새로운 문화체험의 기회를 얻었고, 학교는 연중 아름다운 음악이 흘렀다.

학교에서 시작된 음악소리는 도심의 학부모에게도 닿았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탑동초등학교에 대한 긍정적인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탑동초등학교에 전학을 희망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전교생이 180명으로 늘어나면서 동두천의 소문난 명문학교로 변모했다.

학부모 A씨는 “음악과 함께 아이들의 감성이 자라난다는 생각만으로 고맙다. 합주를 통해 소통과 협동심을 배우고 학교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어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도 쑥쑥 커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탑동초등학교 오케스트라는 평일·주말할 것 없이 연중 다양한 공연에 초청받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동두천시청에서, 지난 5일에는 ‘불현동 어울림 한마당’에서 탑동초등학교 아이들이 연주하는 음악이 아름답게 울려퍼졌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떨지도 않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전문가 못잖다.

한때 폐교위기를 맞아 학교를 잃을 뻔했던 아이들은 오케스트라로 자신뿐만 아니라 듣는 이의 마음까지도 치유해 주고 있다.

이정희 교장은 “‘위기는 기회’라는 마음으로 폐교의 고비를 넘길 수 있는 묘안을 선생님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심했다. 선호학교로 탈바꿈하기까지 음악을 테마로 향기로운 교육사업에 올인한 것이 적중했다”라며 “앞으로도 아이들의 꿈과 재능을 키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교사가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동두천=송진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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