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가 터지고 대북 확성기가 재가동되고, 포격을 주고받으며 시한부 군사행동이 예고됐다. 남북의 모든 전력(戰力)이 전시상황으로 치달아 온 나라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져들었을 때, 온 국민은 참 당황스러웠다.
전쟁의 참혹함을 몸소 경험한 60대 후반, 소위 애국심으로 뭉쳐 있다고 자부하는 이 세대들은 특히 그랬다. 혈기도, 체력도 고갈되어 어쩌지 못한 채 당황할 수밖에….
그런데 ‘젊은이들’에게서 뜻밖의(?) 용트림이 터져 나왔다.
전방에서 전역 일자를 받아 놓은 수십 명의 장병이 전역을 연기하고 전우들과 생사를 같이하겠노라는 비장한 선언을 하고 나섰고 후방에서는 군복과 군화를 꺼내놓고 전의를 불태우며 전쟁이 터지면 곧 일선으로 달려갈 기세를 보였다. 평소에 걸핏하면 반정부 데모나 해 ‘요새 젊은 놈들’이라며 못마땅해하던 장년들에게는 충격이었고, 나라를 다스리는 위정자들에게는 큰 힘이 됐고 생각지도 못했던 기쁜 소식이었다.
온 국민이 열광했고 나라(국민)의 사기가 충천했다. 신문 방송 등 각 언론 매체에서도 대대적인 보도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이런 깊은 애국심이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초기부터 아랍권 국가들과 국가의 존망이 걸린 4차에 걸친 ‘중동 전쟁’을 치러야 했다.
1967년 6월 5일 ‘6일 전쟁’으로 불리는 3차 중동전쟁 때 당시 이스라엘 국방장관이었던 모세 다얀 장군은 이런 성명을 발표했다.
“지금 이스라엘 군대는 막강한 최신 무기로 무장을 완료했다. 이 최신 무기는 이스라엘 전국에 긴급 배치된바, 우리는 이 무기를 사용하여 아랍연합국을 몇 시간 내에 물리치게 될 것이다.”
수많은 각국 정보기관이 이 신무기의 정체를 파악하려 애썼지만, 찾아낼 수 없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엿새 만에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세 나라 군대를 차례로 격파하고 대승을 거둠으로써 ‘6일 전쟁’이란 이름의 신화를 남겼다.
다얀 국방장관이 전쟁종료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는 단 세 시간 만에 승리를 확신했다. 그것은 최신 무기인 ‘불타는 애국심’ 덕분이었다. 이 애국심이라는 신무기를 활용해 우리는 단시일에 적군을 물리쳤다.”
땅의 크기에서 밀린다면, 생각의 크기로 맞서야 한다. ‘생각의 크기’ 보다 더 강한 게 ‘나라 사랑’ 즉 애국심이었다. 그것은 핵무기의 위력을 훨씬 뛰어넘었다.
다얀 장군이 ‘불타는 애국심’을 신무기로 들고 나온 건 정부와 국민 간의 ‘신뢰’라는 바탕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정말 나라를 사랑한다면, 전쟁이 터졌을 때 너도나도 ‘공항’으로 달려가는 게 아니라 총칼을 들고 일선으로 향해야 한다.
이런 애국심이라는 신무기의 양산을 바란다면 각계각층의 ‘지도자’들, 특히 위정자들이 평소 국민의 존경을 받는 위치에 있을 때 ‘신뢰’라는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지난 과거를 뒤돌아보고 크게 반성하며, 지금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애국심’을 갖춘 채 국민을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
‘애국심 고양(高揚)’ 운동이 위정자들, 고위 공무원들, 경제·사회 지도층을 대상으로 대대적, 지속적으로 펼쳐졌으면 한다.
송수남 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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