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또 하나의 대타협이 절실하다

노사정 대타협이 마침내 이루어졌다. 한국경제 재도약의 발목을 잡고 있던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미래세대를 위해, 한국경제의 위기 탈출을 위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타협이 절실한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이른바 수도권규제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수도권규제정책을 둘러싼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대립과 갈등이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전 국민을 양분시키는 수도권-비수도권의 갈등은 사회적 통합의 중요한 장애요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노사문제를 능가하는 잠재적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수도권, 비수도권 모두 상대에 대한 강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비수도권지역은 수도권 때문에 균형개발이 지체된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수도권은 비수도권이 수도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제로섬 게임적인 시각에 근거한 이전투구 양상이다.

국토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그리고 진정한 국민화합을 위해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수도권 및 비수도권이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상생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상생의 첫걸음은 상대방의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한다.

선 균형개발, 후 수도권규제완화를 주장하는 비수도권이나 선 규제완화, 후 점진적 균형개발을 주장하는 수도권 모두 한 걸음씩 양보하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비수도권-수도권-정부(비수정)가 ‘균형발전’과 ‘수도권규제완화’의 동시적 추진에 합의하는 대타협을 성사시켜야 한다.

‘비수정 대타협’의 성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앙정부가 3대 균형개발사업(혁신도시, 기업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을 계획된 기간 안에 차질 없이 완성시키겠다는 강력한 정책의지를 표명하여야 한다. 이들 3대 사업은 비수도권 주민들에게는 이미 ‘균형개발사업’의 상징으로 간주되고 있다.

일부의 반대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들 사업은 비수도권 주민들에게는 균형개발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적 성격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 사업에 의한 의구심을 걷어 내는 것이 비수도권의 피해의식을 완화하고 대타협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병행하여 수도권이 수도권규제완화로 인해 발생하는 개발이익의 일부를 비수도권의 지역개발사업에 지원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 필요하다. 수도권규제완화는 수도권 지역의 개발사업을 활성화하게 되고 이로 인해 상당한 수준의 개발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개발이익 환수장치를 통해 이들 재원을 비수도권의 지역개발사업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비수도권이 낙후한 이유는 수도권 규제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필요한 지역개발사업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수도권이 우리 국토의 맏형으로서 비수도권의 지역개발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일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와 수도권의 이러한 의지에 호응하여 비수도권은 수도권규제완화에 동의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여야 한다. 비수도권이 상대적으로 낙후한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지역의 규제를 통해 나머지 지역의 발전을 도모할 수는 없다는 OECD의 권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수도권도 자율적인 의지로 지역발전을 추구할 권리가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수도권의 성장잠재력을 활용하지 않고는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수도권이 한국경제의 재도약과 균형발전의 맏형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격려하여야 한다. 또 하나의 대타협을 통해 우리 사회의 오랜 숙제인 수도권-비수도권의 갈등을 치유하는 작업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여야 한다. 그것이 모든 국민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허재완 중앙대 사회과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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