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 순간을 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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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것 같던 추석 연휴도 금세 지나가 버렸다. 고향을 떠나면서 손을 흔드는 칠순이 넘은 부모님의 배웅을 받으면서 서울로 향했다. 늘 부모님께 함께하는 명절이기를 기도하지만 가는 세월 못 막듯이 나의 바람과 무관하게 매년 늙어 가시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영원한 것은 없다.

 

언제까지 부모님과 함께 명절을 보내고 마중과 배웅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사무치는 마음이 빈 마음을 채우기 전에 손을 더 만져드리고, 안아드렸다. 최근에는 통화할 때면 녹음하는 버릇까지 생겼다.

 

명절은 철부지였을 때는 용돈을 받을 수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커서는 취업 준비로 명절이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왜 명절이 왜 있는지도 몰랐던 것 같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면서 명절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만큼 늙어 가고 성숙해 가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명절을 통해 부모님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하면서 이 순간, 익어가는 단풍과 함께 마음도 영글어 가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우리는 늘 지나고 나서 후회하고 눈물을 흘린다. 사랑한다고 말할걸, 한 번이라도 더 안아줄걸, 좀 더 노력할 걸 등등 삶이 후회의 연속이다.

 

또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면서 계획을 세운다. 내일을 위해 오늘의 고통을 기꺼이 참고 견딘다. 그러나 보니 현재는 늘 걱정이고 고민 투성이다.

 

미국의 칼 필레머 코넬대 교수는 1천500여 명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삶과 관련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중 가장 많은 답변이 “너무 걱정하며 살지 말 것을”이었다. 걱정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이겨내는 방법으로 하루의 일만 생각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너무 멀리 계획을 세우면서 걱정을 이고 살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어니 젤린스키도 “고민해서 해결될 문제는 4%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게 오늘을 희생하는 일은 결국 죽음에 이르러서야 끝이 난다. 이것은 상자 안의 과일 중에서 좋지 않은 과일부터 먼저 먹다 보면 결국 좋지 않은 과일만을 매일 먹게 되는 것처럼 미래에만 살다 보면 오늘이 없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다지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크든 작든 우리는 우리가 성취한 것에 만족하지 않으면서 늘 근심이고 걱정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주위의 모든 것이 행복임을 알게 된다. 예전에 몰랐던 명절이 행복이었음을 지금 느끼듯이.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 해야 한다. 사랑한다면 지금 말하고, 표현해야 한다.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은 영원히 곁에 있을 수는 없다.

 

인생을 짧고 예술은 길다고 말하지만, 인생은 길지만 시간은 짧다. 너무 미래를 내다보는 것보다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

 

임창덕 경영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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