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하자더니… ‘중기 적합업종’ 대기업·中企 동상이몽

전경련 “국제통상 위배 소지… 즉각 폐지해야”
중기회 “골목상권 진출 꼼수… 법적 보호 필요”
제조·서비스업 등 71개 품목 지정 법제화 공방

골목상권과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도입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둘러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대기업은 해당 제도가 국제 통상규범에 어긋나고 중소기업 성장을 정체시킨다는 명목으로 철폐를 주장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고양이 쥐 생각하는’ 격이라며 법제화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8일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11년 제정됐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 향후 3년간 대기업의 사업철수 또는 확장자제가 권고된다. 올해에는 제조업 54개, 서비스업 17개 등 총 71개 품목이 지정돼 있다.

다만 현재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으로, 이를 법제화 하기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그러나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 추진 중단을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촉발됐다. 대기업들이 내세운 이유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통상규범 위반의 소지가 있고 중소기업 육성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지난 1985년 도입돼 2006년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업종’ 해제 사업체들의 생산액과 노동생산성이 모두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특정 사업자에 대한 보호주의 성격이 강해 국제통상 위배 소지도 크다고 강조했다.

 

이병기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경제적 측면에서 생산성 저하 등 비효율을 가져온다”며 “해당 제도를 즉시 폐지하고 법제화를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기업의 주장에 중소기업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자본과 조직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법안을 대기업이 폐지하려는 것은 대ㆍ중소기업 상생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번 적합업종 폐지 움직임은 국민 정서 등은 고려하지 않고 음식점업 등 골목상권에 진출하려는 대기업의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적극적인 법제화와 함께 동반위에 대기업 조사권을 부여하는 등 보다 높은 보호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성원 중기중앙회 유통서비스산업부 차장은 “대기업에서 주장하는 통상규범 위반 소지 등의 문제도 이미 정부를 통해 확인이 끝난 얘기로 어불성설”이라며 “아직 법제화가 안돼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법적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제도를 뒤집으려 하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일종의 ‘사회 안전망’으로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임에도 대기업은 상생의지를 보여주긴 커녕 골목상권을 집어삼키려고 한다”면서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서라도 법제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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