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아동학대처벌법 1년, 앞으로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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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9일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약칭, 아동학대처벌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아동학대를 범죄로 인식하고 국가가 나서서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켜 신고의무자 범위를 확대하고, 신고의무 불이행 시 과태료 기준을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신고의무자가 아동학대 범죄를 범했을 경우 가중처벌 할 수 있도록 법적조치가 강화되었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1만7천791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36%나 증가했다. 이 중 실제 아동학대사건으로 판명된 사례도 전년에 비해 50%가량 늘어나 역대 증가폭이 가장 큰 해로 기록되었다.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국가의 법적제도적 장치가 강화된 것에 기인한 성과이다.

 

그러나 통계현황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우려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특례법 시행과 함께 아이돌보미가 신규 신고의무자 직군에 포함되었으나 단 한건의 신고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법에 명시된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비율은 2012년 36.9%, 2013년 34.1%, 2014년 29.0%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특히 2014년을 기점으로 감소폭이 매우 컸다. 신고의무자에 대한 과태료 상향조정과 가중처벌 조항이 무색해지는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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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동학대사건의 80%이상은 여전히 부모에 의해 가정 내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의 4분의 1정도만 격리되어 조치되거나 보호받고, 나머지 4분의 3은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내져 재학대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가해자에 대한 임시조치와 피해아동보호명령제도 등 각종 사법적 절차를 도입하여 피해아동 보호체계를 강화한 법의 효력에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아동학대처벌법이 본래의 취지를 살려 실효성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개선과 학대가정 사례관리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신고의무자와 부모를 대상으로 학대예방교육을 내실화하고, 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에 대한 적극적 조치와 사례관리를 강화하여 재 학대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아동학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어 전 국민의 공분을 사는 일이 없도록 다시금 법적제도적 보완사항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죄 없는 수많은 아동의 죽음과 희생으로 제정된 아동학대처벌법이 기대이상의 효력을 발휘하길 간절히 바란다.

 

전경숙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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