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2004년(29위) 이후 최저 순위다. 싱가포르(2위), 일본(6위), 홍콩(7위), 대만(14위), 말레이시아(18위)도 한국보다 순위가 높았다. 왜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이처럼 초라해지고 있는가. 필자는 우리 대도시권, 특히 수도권의 낮은 경쟁력이 그 중요한 요인의 하나라고 믿는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급진전 되고 있다. UN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도시인구 비중은 1900년 14%였으나 2000년 47%, 2050년에는 70%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제시대에 거대 대도시권의 역할이 갈수록 주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대도시권 경쟁시대의 도래’라 부르고 있다. 대도시권의 경쟁력이 바로 국가경쟁력을 대표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왜 그런가.
크게 3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높은 땅값과 교통혼잡 등에도 불구하고 대도시권이 부상하는 가장 주요한 이유는 집적경제의 이점이 단점들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인구가 두 배 증가할 경우 증가된 인구를 위해 요구되는 투자비용은 그보다 적으나 증가된 인구로 인한 혁신 성과(특허, 창조적 인재, 임금, GDP 등)는 그 이상으로 나타난다.
생태계에서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단위 개체당 에너지 요구량이 감소하는 생물학의 규모의 법칙이 도시에도 적용되는 결과이다. 집적을 통해 대규모 유통시장을 형성해서 트레이딩 비용을 낮추고 대량 거래 취급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서비스 경제의 발달, 지식사회의 진전으로 대도시권이 경제활동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촌 곳곳을 누비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집적으로 인해 기술적ㆍ경제적 외부효과가 발생하고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서비스 경제의 발달로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장 및 연관 기업과 가까이 입지하려는 니즈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OECD도 글로벌 경제체제하에서 대도시권의 중요성과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도시권이 중시되는 또 다른 이유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국토균형발전 전략의 구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시화 국가에서는 대도시의 입지 경쟁력과 혁신역량이 국토 성장 잠재력의 핵심이며, 정부의 역할은 대도시권 발전의 효과를 주변지역으로 파급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국토의 허브인 대도시권의 경쟁력을 시장기능을 활용하여 우선적으로 높인 다음, 정부개입을 통하여 그 효과를 주변지역으로 확산시키는 정책을 구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현실적이다. 미국을 필두로 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국토전략을 대도시권 중심으로 재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도권은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대도시권이다. 그러나 수도권의 경쟁력수준은 세계 여러 나라의 대도시권들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 우리는 여전히 구시대적 국토이념에 갇혀 있다.
아직도 수도권을 인구와 경제력을 흡수하여 불균형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간주하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하루빨리 이러한 잔재들을 털어야 한다. 대도시권의 역할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정확히 하고 수도권 정책을 대대적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대도시권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국가경쟁력의 도약, 이것은 우리의 선택사항이 아니고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필수사항이다.
허재완 중앙대 사회과학대 도시계획ㆍ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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