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 60년 인고의 恨 풀었다

南 96가족 389명·北 96가족 141명 첫 단체상봉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단이 첫 단체상봉 일정을 통해 60여년 만에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

20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진행된 이번 상봉행사에서 남측 상봉단 96가족 389명과 북측 96가족 141명은 슬픔 속에 감내했던 지난 60여년의 한을 풀어냈다.

 

특히 생사조차 알기 어려웠던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마침내 얼굴을 마주한 남북 이산가족은 말을 잊은 채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이번 상봉에서는 남측 이순규 할머니(84)가 사망한 줄 알고 제사까지 지냈던 남편 오인세씨(83)를 65년 만에 만나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지난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결혼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만남에는 당시 이씨의 뱃속에 있던 아들 오장균씨(50)도 함께 했다. 특히 모자는 오씨가 사망했을 것으로 알고 37년 전부터 제사를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남측 남음전 할머니(83)와 북측 남명수 할아버지(85)도 빛바랜 흑백 사진을 통해 이제는 조금 흐릿해진 60여년 전 기억을 공유했다. 또한 남측 김순탁 할머니(77)와 염진례 할머니(83)는 건강 악화로 단체 버스가 아닌 구급차로 이동해 우려가 있었지만, 각각 오빠인 김형환씨(83), 염진봉씨(84)와 무사히 상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전 8시37분께 버스 16대에 나눠 타고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배웅을 받으며 강원도 속초를 떠나 금강산으로 향했다. 이어 오전 9시30분께 남측 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해 순조롭게 수속을 마쳤으며, 11시13분께 군사분계선(MDL)을 지나 북측 CIQ에 도착했다.

송우일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