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폰이 대중화되는 등 본격 퍼스널미디어 시대에 접어들면서 입소문에 의한,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이 전자 시스템적으로 가능해졌다. 긍정적인/부정적인 반응이 삽시간에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프로그램의 성패가 조기에 판가름 나는 형국이다. 언론이 이들의 반응을 거꾸로 따라잡느라 분주하다.
자가용 시대를 넘어 고속열차가 대중화되는 등 이미 전국은 실질적인 일일생활권에 접어들었다. 바야흐로 볼거리, 즐길 거리가 있으면 전국 어디라도 기꺼이 달려가는 세상이다. 이렇듯 수용자의 관람지형이 물리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신생 문화공간들이 제대로 된 최첨단 시설이나 설비는 물론, 건립 초기부터 관객의 접근성과 주차장, 휴게시설 등의 편의성에 부쩍 신경을 쓰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과연 문화의 시대이자 풍요의 계절이다.
이런저런 문화공간들이 선보이는 프로그램 대부분은 내부 기획인력들의 꾸준한 연구와 지성적 노력의 총체로 해당 기관의 미션과 철학을 반영한 해석과 실험이 녹아 있는 대서사이자 매력적인 구조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혼신의 힘을 쏟은 이러한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내부 기획의 공연이나 전시에는 왠지 관객이 많이 들지 않는다.
이러한 한국적 쏠림현상의 배경에는 공연과 전시를 상품 소비하듯 대하는 수용자의 편향된 문화소비욕구와 이들의 욕망구조를 자극하며 관객몰이하려는, 일정한 수익을 창출하려는 공급자의 왜곡된 자기검열이 자리하고 있다. 문화는 모두의 작은 관심이 먼지처럼 쌓여 두툼한 두께로 나타나는 것이다. 지나친 편식과 욕심을 내려놓자.
문화프로그램의 종(種)다양성을 위해, 양질의 공연과 전시를 오래토록 그리고 꾸준하게 접하기 위해 주변의 작은 몸짓과 실험적 목소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미래의 국력인 문화력(文化力)은 그저 다가오거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천남 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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