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도시의 삶 접고 흙과 함께 새 꿈 무럭무럭
귀촌을 준비하는 그들의 평범한 이야기
지난 15일 오후 1시 귀촌을 준비하는 이들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농업기술원을 찾았다.
이날은 올해 도농기원에서 펼치는 마지막 영농정착 교육인 ‘경기농업 귀촌반’의 4일차 수업이 진행된 날이었다.
12일부터 16일까지 5일에 걸쳐 진행되는 경기농업 귀촌반 교육은 귀촌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기초 영농기술교육과 농업정보는 물론, 성공적인 농촌 정착을 돕는 과정으로 펼쳐졌다.
교육생 가운데 젊은 축에 속하는 박철의씨(48ㆍ안산)는 하마터면 이러한 올해 마지막 귀촌교육을 놓칠 뻔했다. 제대로 된 귀촌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찾다가 지난달 30일 마감이 끝난 후에야 교육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음 날 박씨는 부랴부랴 도농기원을 찾아 간신히 신청을 완료했다. 박씨는 “운이 참 좋았다”며 머쓱해했다.
그가 귀촌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어찌 보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20년 전 부친이 전북 고창에 사둔 땅을 물려받게 되면서부터다. 땅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1년에 한 번 정도는 찾아가게 됐고, 가서 잡초를 뽑고 땅을 지켜보다 보니 ‘내려와서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영업을 하며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픈 욕망도 컸다. 이제는 가게도 정리하고 본격적인 귀촌 준비에만 몰두하며 영농생활 꿈의 나래를 서서히 펼치고 있다. 박씨는 “시골로 내려가면 도라지 농사를 하고 싶다.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차근차근 배워가면 된다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설렌다”며 “영농법인 대표가 될 때까지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고 환히 웃었다.
도시에서만 생활해온 까닭에 농촌 생활에 대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 그런데 시간이 조금씩 흐르며 이러한 조씨의 생각은 서서히 바뀌었다. 조씨는 “50 중반쯤 되니까 공기 좋고 건강 생각하고, 남편 고향에 집도 있겠다 싶으니 귀촌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고 회상했다.
본격적인 귀촌 준비는 2~3년 전쯤부터 시작했다. 고향 집도 왔다 갔다 하면서 온라인 수업도 들었다. 귀촌에 한번 관심을 가지고 나니 보는 세상도 달라졌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던 길가의 논밭과 비닐하우스마저 이제는 애정을 갖고 보게 된다. 처음에는 전원생활만 즐기자던 생각도 바뀌었다.
조씨는 “귀촌을 하면 그 마을에서는 내가 젊은 층에 속할 것 같다”며 “요즘 평생교육이 확대되는데 평생학습마을매니저로 활동해 마을 어르신들에게 맞는 교육활동도 하고 소통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청사진을 그렸다.
귀촌, 아는 만큼 보인다
10여년 동안 귀촌을 생각해온 김정희씨(62ㆍ여ㆍ화성)에게도 이번 귀촌교육은 특별하다. 시골에 집을 짓고 단순히 텃밭만 가꾸면 될 줄 알았던 귀촌이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지방에 아무런 연고도, 집도 땅도 없던 김씨는 어디로 가서 살아야 할지도 처음에는 몰랐다. 무작정 1년에 2~3번씩 귀촌을 위한 장소를 알아보기 위해 훌쩍 떠나기도 했다. 어렵사리 안성시 고삼면의 한 마을에 집을 구하고 텃밭도 가꾸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해 심은 고구마와 옥수수를 고라니와 멧돼지가 파헤치며 텃밭은 쑥대밭이 됐다. 좌절도 잠시, 금세 전화위복이 됐다. 어느새 주변에 생각지도 않던 호박과 들깨가 자라고 있던 것이다. 그렇게 자란 호박 20통은 김씨에게 ‘황금덩어리’로 보였다.
김씨는 “오랫동안 귀촌 준비를 해왔는데도 귀촌교육을 받으니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마음이 넓어지더라”라며 “마을 주민들에게 아직은 낯선 이방인이지만 함께 어우러져 성공 귀촌인으로 살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귀촌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무언가 특별한 계기는 없다. 하지만 귀촌에 대한 생각은 매일 숨을 쉬듯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오랫동안 상상으로는 그려왔지만 현실의 무거움 속에 잊혀졌던 ‘낭만’을 되찾으려는, 평범하지만 큰 용기를 가지고 이들은 귀촌을 향한 첫발을 내딛고 있었다.
이관주기자
경기도농업기술원 귀농·귀촌 교육과정
농작물 재배·병해충 방제·원주민과 갈등 해소까지… 선행학습은 필수
귀농귀촌은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로 한다. 농지법과 주택에 대한 이해, 귀농과 귀촌의 구분, 재배할 농작물은 무엇이며 원주민과 갈등 없이 지내기까지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는 낭패를 보기 쉽다. 이러한 귀농귀촌을 도와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농업ㆍ농촌 정착을 위해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체계적인 영농정착 교육을 펼치고 있다. 도농기원에서 펼치는 귀농귀촌 교육과정에 대해 알아본다.
귀농을 꿈꾼다면… 준비반→적응반→마스터반
도농기원의 귀농 교육은 3단계로 나뉜다. 이제 막 귀농귀촌을 생각하고 준비하려는 초보 희망자들은 ‘귀농귀촌 준비반’에서 기초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귀농정책의 이해, 농업 회계와 재무, 농기계 이해 및 안전교육ㆍ실습 등 농촌의 기본을 배우고 실제 현장 농가도 가서 체험하는 시간을 갖는다. ‘귀농 적응반’에서는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어간다. 식량작물과 과수ㆍ채소, 특작ㆍ축산 등 품목을 나눠 진행되고 농약 사용법, 작목과 비료, 품종별 재배관리ㆍ병해충방제법은 물론 농기계 사용법을 집중적으로 학습한다.
마지막 단계인 ‘귀농귀촌 마스터반’은 2박3일 동안 실제 농촌에서 진행된다. 마을 주민들과 어울리며 실제 농촌을 체험하고 작물을 재배하며 실질적으로 귀농귀촌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특히 생산, 수확, 유통, 마케팅에 이르는 주요작업 현장을 눈으로 보고 실습하게 된다. 올해에는 단계별로 각각 3기수 126명씩 교육이 진행됐다.
귀촌을 꿈꾼다면… 경기농업 귀촌반
귀농과 귀촌은 엄연히 구분된다. 귀농은 농업인으로 농업에 종사하며 얻어진 소득으로 생활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귀촌은 농촌에 거주하지만 타 산업에 종사하며 휴식과 건강을 목표로 하는 전원생활을 의미한다.
농지나 주택, 세제도 서로 다르므로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귀촌반에서는 기본적인 농업정책과 농지법, 농업회계, 농촌주택 계획 및 설계와 같이 실제 귀촌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와 함께 기본적인 농업 지식 수업도 병행된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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