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전원일기, 귀농귀촌 이야기
작년 귀농·귀촌 4만4천가구 정부·지자체, 이사비용 지원
철저한 준비… 꿈을 현실로
지금이야 베테랑 취급을 받지만, 수원에서 나고 자란 김씨는 시골 생활을 해 본 적 없는 ‘초보 농부’였다. 그런 그가 귀농을 결심한 것은 ‘삶의 질’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자전거 대리점 두 곳을 운영하면서 비교적 넉넉한 생활을 했지만,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 당시 김씨의 두 아들은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6학년으로 살벌한 경쟁 교육 시스템에 편입될 시기였다.
김씨는 “내 삶과 가족에게 새로운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농촌에서 제2의 인생을 꽃피우기로 했다”며 “아담한 학교와 시골의 자연환경이 자녀 교육에도 더 좋을 거란 당시의 판단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회상했다.
지난 2007년, 아무런 준비 없이 ‘막무가내’로 귀농한 후 김씨 가족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집 주변에 감나무, 살구나무 등을 심고, 텃밭을 이용해 식구들의 먹거리를 직접 재배했다. 두 아들에게 신선한 산양유를 먹이자는 생각으로 사 들인 산양은 김씨의 귀농 창업 아이템이 됐다.
시험사육 끝에 2010년 ‘자연그린 산양유’의 이름을 내걸어 유가공 판매업체로 허가를 받았다. 이후 산양유와 산양비누를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2012년엔 체험농장을 운영하면서, 6차산업 강소농가로 거듭나기까지 했다.
삶의 질을 높이고자 결심한 8년 전의 선택이 옳았다는 김씨는 “농촌 생활이 바쁜 탓에 남들 다 가는 여행 한번 못 간다고 아내가 가끔 툴툴거린다”면서도 “그래도 내가 만든 건강한 재료로 밥을 먹고 생활하고, 강소농가의 자부심까지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환하게 웃었다.
예나 지금이나 물 맑고, 산 좋은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은 모든 이들의 가슴 속에 자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촌 마을로의 회귀는 비단 김씨 가족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서울로, 대도시로 향했던 이들이 농촌으로의 귀환을 꿈꾸고 이를 현실로 옮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01년 880가구에 불과했던 귀농ㆍ귀촌 가구는 2011년 1만 가구를 넘어서 지난해엔 4만4천 가구로 급증했다.
지난해 경기도로 귀농ㆍ귀촌한 가구 수는 총 1만1천96가구(귀농 947곳, 귀촌 1만149곳)로 2012년 7천671가구(귀농 1천27곳, 귀촌 6천644곳)보다 44.64%나 껑충 뛰었다.
도시에서의 치열한 생존 경쟁, 베이비붐 세대들의 조기 퇴직, 불안한 고용 여건, 두자릿수에 달한 청년 실업률, 하루가 멀다 하고 뛰어오르는 전세금까지…. 이로부터 비롯된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자 도시민들이 소박하고 한적한 삶을 꿈꾸며 농촌으로 향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으며 귀농ㆍ귀촌을 장려하고 있다. 단독주택을 사면 이사 비용을 지원하는가 하면, 이웃주민과 친목 화합의 장을 마련하도록 집들이 비용을 지원하는 지자체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렇다고 귀농ㆍ귀촌이 만만한 것만은 아니다.
단순히 한적한 농촌 생활을 꿈꾸거나, 정부 지원만 바라보고 무작정 뛰어들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철저한 준비만이 그토록 열망하던 ‘新 전원일기’를 아름다운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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