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로서의 한글의 장점은 로마자 알파벳과는 달리 음절식 표기 체계 내에 리듬의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데 있다. 따라서 유니코드 한글로 이 지구상 7천종의 모든 언어를 표기할 수 있으며, 인간 언어의 운율을 오선지 위에 음표 및 쉼표로 기보하여 운율보를 만들 수 있다.
오리나 고양이, 소, 원숭이 같은 짐승들과는 달리, 사람만이 뇌 속에 언어습득장치를 갖고 태어나는데, 언어뇌가 발달하는 결정적 시기는 음감이 뛰어난 유아기에 절정(絶頂)을 이루며, 10세 전후한 나이가 되면 그 발달이 서서히 줄어든다. 인간은 태어나서 2~3세가 되면 말을 하기 시작하여 5~6세가 되면 직관을 통해 자기 모국어에 대한 완벽한 문법 지식을 갖추게 된다. 이 지식은 지능 지수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어휘는 서술기억(敍述記憶)으로 뇌의 측두엽을 활용하고 이 부위에 저장된다. 어순, 문장 등은 절차기억(節次記憶)으로 뇌의 기저핵, 소뇌, 전두엽 등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데, 좋은 학습 환경에서 자극과 성취동기가 강할수록 문장은 뇌에 더 잘 저장된다. 여기서 절차기억이란 ‘운동기억’이라고도 하는데, 운동과, 악보를 통한 악기연주 및 노래 부르기 등, 몸으로 체득하되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복잡한 기억을 말하며, 기능적 훈련과 반복 연습을 통해 습득되는 기억이다.
인간은 자기 모국어를 말할 때 어순, 문장 등은 절차기억을 활용하지만, 외국어를 말할 때의 어순, 문장 등은 서술기억을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외국어 교육은 대체로 문장을 단순암기를 통해 서술기억으로 자리 잡게 하기 때문에, 우리가 현재 외국어를 구사할 때는 절차기억의 활용도가 매우 낮은 것이다.
이제 영어 교육에 관한 한, “때를 놓치지 말라! 특히 언어는 어릴 때 제대로 잘 가르쳐야 한다!”라는 말은 이제 엄연한 참 명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영어교사들은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 유초등학교 다니는 어린이들에게 운율악보가 제공된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 영어 문장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정원수 충남대 국어교육과 교수온누리한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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