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은 금융위기 이후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지만, 물가는 여전히 낮다. 어느 쪽을 택하든지 할 말은 있다. 그러나 최근 연준 의장은 연내 인상을 지속적으로 언급해왔다. 여기서 내년으로 연기한다면 연준발 금융불안이 우려된다. 연준은 이런 상황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세계 및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파급 영향이 있을까.
아무리 예상되었던 이벤트라지만, 세계 금융시장은 불안정성을 보일 것이다. 그것도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에 불리한 방향일 것이다. 신흥국이 느끼는 가장 큰 불안은 그동안 유입되었던 외국인 자본의 이탈 우려이다. 작년부터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원자재를 많이 수출하는 신흥국은 경기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도 외국인 자본 유출에 한 몫 거들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예상되는 달러 강세가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작용도 있다. 원유 수입이 국가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가는 낮은 유가 수준이 지속된다면 국가 재정이 쪼그라들어 위기 대응 여력이 더욱 취약해 질 것이다. 외국인 자본 이탈이 가시화되면 신흥국 통화 가치는 하락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한국 금융시장은 이러한 취약 신흥국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불안할 것이다. 단기적으로야 외국인 투자자본이 유출되겠지만,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고는 사상 최대치 수준으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여력이 있다. 경상수지 역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달러 공급이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출은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다.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경기 불안 혹은 둔화까지 이어진다면, 이들의 수입 수요도 줄어들 것이다. 우리나라 총수출 중에서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의로의 수출이 60%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들 신흥국에 대한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정부도 수출 부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했다. 무역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무역보험 대상기업의 범위를 확대한다고 한다. OLED나 차세대반도체 등의 새로운 수출동력 품목도 육성하기로 했다.
단기대응 측면에서는 훌륭해 보인다. 아쉬운 점은 언제까지 단기대책 회의만 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아무리 세계 경기가 부진하여 수요가 없다고 하지만 팔릴 물건을 팔린다. 혁신적인 상품 개발을 위한 진득한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경기 전망이 불안하여 R&D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는 기업들이 10년 이상 상품개발과 기술혁신에 매진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제시해 주면 좋겠다. 아무리 외환건전성이 양호하다지만 우리나라가 취약한 신흥국처럼 취급당하지 않도록 국제공조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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