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
그럼 후강퉁 개방 1년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한마디로 당초기대에 못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시장에선 크게 세 가지를 얘기한다. 첫째, 투자와 거래부진이다. 후구퉁의 경우 지난 1년간 투자액은 한도 3천억 위안(54조원)의 47%, 1일 평균거래도 한도 130억 위안(2.3조원)의 52%였고, 강구퉁은 더 심해서 투자액은 한도 2,500억 위안(45조원)의 35%, 1일 거래는 한도의 40% 미만이었다. 둘째는 종목편중현상. 예컨대 후구퉁의 경우 투자가능종목은 568개로 적지 않았지만, 실제 투자된 건 그중 10% 미만에 불과했다고 한다. 셋째, 주가변동도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1년여 만에 2배 반 올랐다가 2달 만에 반 토막이 날 정도로 심했다.
우선 투자나 거래실적이 부진했던 건 아무래도 지난 6~8월간 경험한 증시급락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상하이주가가 5천포인트 이상 갔다가 3천포인트 밑까지 떨어졌으니 매도 후 당연히 관망세로 돌아서서 거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또 후강퉁의 제도적 문제도 거래부진요인이다. 예컨대 일일 거래한도를 제약해서 아예 대규모 거래를 생각할 수 없게 한 점과 강구퉁의 경우 대상을 블루칩으로 한정해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주식을 좋아하는 중국본토투자자 성향에 잘 맞지 않는 점, 위안화로만 주식투자를 하도록 해서 홍콩주식을 살 경우 홍콩달러와 위안화교체에 따른 수수료부담과 환 손실위험이 커졌다고 한다.
특히 전문가들이 후강퉁 평가에 인색한 건 지나친 변동성 때문이다. 그럼 왜 이렇게 주가 변동성이 큰가. 첫째, 주식시장에서의 개인비중이 너무 높아서이다. 미, 영 등 선진국의 경우 기관비중이 70-80%인 반면, 중국은 개인비중이 80% 이상, 기관비중은 13-1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단기투자성격의 개인비중이 높으면 그만큼 주가변동성도 크다. 둘째, 중국은 기본통계도 그렇지만 기업회계의 투명성도 아직 낮아서 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의 펀더멘탈 분석보다 루머 등에 많이 의존한다. 때문에 주가조작, 작전 등의 영향이 크고 그에 따라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 셋째, 대규모 IPO물량도 변동성을 키운 요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한 때 그랬지만 중국도 IPO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IPO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IPO청약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장주식 매도물량도 그만큼 늘기 마련이다. 이외에 지난 주가급락 때 엄청난 신용매물에서 봤듯이 투자자보호 등 주식시스템이 덜 정비된 점도 문제점이다.
그러나 어쨌든 주가 자체는 후강퉁 시작 대비 40% 가까이 올라있다. 어떤 업종이 상승하고 하락했는지 살펴보자. ‘중국은 현재 인터넷혁명 중’이란 말을 증명하듯 IT정보기술이 116.2%로 가장 많이 상승했고, 다음은 헬스케어 79%, 금융 73%의 순이다. 최고 상승종목은 중과서광(주)이다. 중국 과학원이 설립한 세계 10대 고성능 컴퓨터기업으로 지난 1년간 무려 982.5%나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락업종은 소위 구경제산업이라 해서 공급과잉과 구조조정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철강, 화학, 조선, 태양광 관련주들이다. 상승업종과 대조적으로 반 토막 주가도 많다. 우리나라 후강퉁 투자는 어떤가. 업계분석에 의하면 우리의 과거 주식개방경험(92~98년)을 토대로 인프라 및 기간산업 투자가 많았다고 한다. 대표종목으론 금융지주성격인 중국평안보험, 중신증권, 중국철도건설 등인데, 수익률도 상해자동차를 제외하곤 50%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향후 전망은 어떤가. 최근 중국경제에 대해 다시 긍정적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다, 위안화가 SDR에 편입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위안화절상기대로 주식상승요인이 되기 때문에 상승기대감이 커질 전망이다. 다만, 저번 급락 때 긴급 조치한 IPO물량의 잠정중단이라든지 상하이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의 12%에 해당하는 489개 종목이 거래 중단돼 있는 점 등은 여전히 불안요인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