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갈이 교수’ 무더기 적발
남의 책을 표지만 바꿔 자신의 저서로 둔갑시키는 이른바 ‘표지갈이’ 관행에 철퇴가 내려질 전망이다.
의정부지검은 ‘표지갈이’ 수법으로 책을 내거나 묵인한 대학교수 200여 명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 혐의는 물론 업무방해죄까지 적용해 기소할 계획이다. 대학의 기본질서를 훼손한 점을 고려, 대학가에 만연해 있는 표지갈이 관행을 엄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교수들이 몸담은 대학은 전국 50여 개에 달한다. 국ㆍ공립대학과 서울의 유명 사립대 교수는 물론 스타 강사와 학회장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모두 소속 대학의 재임용 평가를 앞두고 연구실적을 부풀리고자 이런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검찰 조사가 파주 출판단지 일각에서 벌어진 일에 국한된 만큼 수사가 전국으로 확대되면 퇴출 대상 교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논문 표절 등 저작권법 위반 문제는 대학교수 출신 관료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장 등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대규모 사법처리가 이뤄진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특히 이번 수사에서 드러난 표지갈이의 경우, 표절의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범죄 행위다. 책이나 논문의 일부를 베끼는 표절과 달리 단순히 제목의 글자 수만을 바꾸는 형태의 눈속임을 동원해 연구성과 전체를 도용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표지갈이가 만연하게 된 데는 출판계의 부당한 이해관계 속에서 원인을 발견할 수 있다. 연구 실적을 부풀리고자 하는 교수와 금전적 보상을 바라는 원저자, 전공서적의 재고 처리를 원하는 출판사가 검은 사슬로 연결돼 조직적인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표지갈이와 관련한 출판계의 병폐가 드러나면서 시민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음 아이디 ‘inomXXX’를 쓰는 네티즌은 “상아탑의 최고 지성이라는 교수들이 조직적으로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르다니 한심하기 그지없다’라는 글을 올렸고, 네이버 아이디 ‘balgXXX’를 쓰는 네티즌도 “학자로서의 윤리를 내팽개친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분노했다.
이 처럼 표지갈이에 가담한 교수들에 대한 사회적인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엄중한 사법 처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사상 초유의 무더기 교수 퇴출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보여 대학가의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정부=박민수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