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갈이’ 교수 200여명… 99%가 이공계열

소규모로 출간, 수업 때만 사용 검찰, 이메일 등 분석 수사 확대

남의 책을 표지만 바꿔 자신의 저서로 출간하거나 이를 묵인한 대학교수 200여명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된 가운데(24일자 1면) 이들 교수 대부분이 이공계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권순정 부장검사)는 표지갈이 수법으로 책을 내거나 이를 눈감아 준 혐의(저작권법 위반ㆍ업무방해)로 입건된 전국 50개 대학 교수 200여명의 99%가 이공계열 출신이라고 25일 밝혔다.

 

이처럼 표지갈이에 가담한 교수 대부분이 이공계열 출신인데는 이공계열 전공 과목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비전공자나 일반인도 구독하는 인문계열 서적의 경우 표지갈이를 하면 금세 들통날 수밖에 없는 반면 이공계열 서적은 전공자들 사이에서만 읽히는 경우가 많아 표지갈이를 해도 금방 알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교수는 자신이 속한 학과의 전공 서적만 표지를 바꿔치기 했으며, 한 번에 5~30권 정도로 소규모로 출간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대학 구내서점 등에서 해당 학과생과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한 뒤 수업 때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공계열 전공 서적의 경우 교수가 선택한 강의 교재 이외에 비슷한 다른 학과 전공 서적을 굳이 살 이유가 없어 책 내용을 비교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이번에 적발된 출판사들이 표지갈이 교수가 많으면 대학생들이나 다른 교수들에게 들통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학별로 교수 1∼2명에게만 접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대학과 출판사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교수ㆍ출판사 임직원 이메일과 연구실적 리스트를 추가로 분석, 표지갈이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입건한 교수 가운데 기소할 대상을 추려 다음달 중순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의정부=박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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