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두달… 소장품 단 2점·아직 미술관 등록도 못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지난달 8일 개관했다.
수원시 최초의 시립 미술관인 만큼 많은 관심과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아이파크 명칭 사용을 반대하는 시민연대와 부딪쳐야 했고, 졸속으로 진행된 개관전은 지역작가들의 불화를 일으켰다. 관장도 없고 소장품도 없이, 건물 하나만으로 문을 연 미술관은 지역시민과 예술계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관 두 달이 가까워 오지만 여전히 정식 미술관으로 등록되지 않는 등 꼭 지켜야하는 절차도 무시됐다. 본보는 총 3차례에 걸쳐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실태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수원시립미술관은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 미술관으로 정식 등록되지 않았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등록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미술관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100점의 소장품, 1명 이상의 학예사, 100㎡ 이상의 전시실 또는 2천㎡ 이상의 야외전시장, 수장고, 사무실 또는 연구실, 자료실ㆍ도서실ㆍ강당 중 1개 시설, 화재ㆍ도난 방지시설, 온습도 조절장치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학예사와 시설은 갖췄다. 그러나 현재 소장품이 단 2점뿐이다. 이 2점도 지난 10일 나혜석 유족이 시에 기증한 것이다.
기증 절차도 문제가 있었다. 수원시는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관리 및 운영 조례’에 따라 작가 또는 소장자로부터 작품기증 신청이 있을 경우 작품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락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술관에는 작품심의위원회 조차 구성 돼 있지 않다.
당장 내년도 소장품 구입 예산으로 6억 원이 상정돼 있지만, 역부족이다. 100여점의 소장품을 구입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타 지역 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시를 대표하는 미술관이 미술관으로 등록돼 있지 않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근본 자체를 어기고 어떻게 미술관이란 간판을 달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의아해했다.
경기지역 모 미대 관계자도 “소장품은 그 미술관의 성격과 가치를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국립현대미술관도 매년 소장품 구입예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투리 예산 투입 식으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술관 관계자는 “현재 기증에 대한 많은 문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미술관의 비전 설정과 명확한 절차 수립을 통해 내실 있는 소장품 수집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다음달 작품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소장품 수집에 대한 학술 연구 등 다양한 절차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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