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송년문화
지나친 음주 자제하고 콘서트·영화·공연 관람
직원들 참여율 높아져
성남시 분당구 M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의 송년회는 불과 2년 전까지 ‘부어라 마셔라’식의 치열한 전투(?)였다.
송년회는 1차에서 시작해 모든 직원들이 만취할 때까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이는 다음날 직원들의 지각사태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지나친 음주문화 탓에 고통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나타났고, 결국 지난해부터 새로운 송년회를 진행하고 있다.
바로 젊은 직원들이 중심이 돼 팀 단위로 유명가수의 콘서트나 영화, 공연을 보는 ‘문화회식’을 시작한 것. 이 회사 직원 K씨(27)는 “언제 빠져나갈지 고민하던 과거 송년회와 달리 문화회식을 가진 뒤로부터 송년회 참여율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수원시 영통구 S전자 역시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송년회’ 대신 가벼운 칵테일 송년회를 가질 예정이다.
직원 A씨(29·여)는 “술을 잘 못마시는 여직원들은 송년회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다들 피곤한 상태에서 과도한 음주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논의한 결과 올해부터 가볍게 칵테일을 마시는 송년회를 갖기로 했다”며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환영의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반색했다.
경제불황과 술을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흥청망청 송년회’로 대표됐던 12월 송년회 풍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 기업들이 앞장서 직원들의 송년회 참여율을 높이고 단합을 유도한다는 취지에서 지나친 음주를 자제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삼성증권, 효성 등은 ‘한 가지 술로, 한 장소에서(1차만), 밤 9시 이전에 끝내자’를 의미로 ‘119 회식’ 캠페인을 벌여 단합력과 참여율을 높였다.
‘문화 회식’이 점차 확대되면서 젊은 직장인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지만, 일부 장년층 사이에서는 다소 아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최근 송년회 대신 부서원들과 영화를 보고 온 O씨(47)는 “술 한잔하며 1년간 고생한 부서원들을 격려하고 평소 나누지 못했던 진솔한 이야기와 덕담도 나누고 싶었는데 영화 상영 내내 아무런 대화도 할 수 없어 아쉬웠다”며 “한편으로는 정이 사라지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도 든다”고 토로했다.
연말 특수를 기대하던 상권들도 걱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밤 10시께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유흥가 점포 곳곳에는 빈자리가 눈에 띄었고 발 디딜 틈 없던 거리는 한산하기까지 했다.
몇 해 전까지 연말이면 송년회를 즐기기 위한 인파로 자리를 찾는 것조차 어려웠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이곳에서 실내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K씨(55)는 “장사하는 입장에서 연말연시가 가장 큰 대목인데 손님이 끊길 것으로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송우일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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