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 가는 2015… SNS 기부에 이메일로 안부
#초등학교 2학년생 자녀를 둔 주부 K씨(38·여)는 최근 아이가 학교에서 사온 크리스마스 씰을 보고 추억에 빠졌다.
초등학교 시절 난로가 켜진 교실에서 친구들과 도란도란 모여 앉아 연말 카드를 만들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동시에 K씨는 많은 학생이 씰을 사려 하지 않는다는 말에 씁쓸함을 느꼈다.
K씨는 “고사리 손으로 카드를 만들고, 겉봉투에 우표와 크리스마스 씰을 붙이며 꾸몄던 추억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졌다”면서도 “과거에는 결핵환자들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많은 사람이 씰을 사곤 했는데, 요즘에는 잘 사지 않는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성남에서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P씨(46)는 지난해부터 우편 연하장 대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이메일을 활용해 신년 인사를 전하고 있다.
P씨는 “그동안 격식 때문에 우편 연하장을 사용했으나, 시대가 바뀌면서 연하장을 관심 있게 보는 이들이 줄어 SNS 메신저와 이메일 등을 통해 새해 인사를 전할 계획”이라며 “아날로그 문화가 그립기도 하지만, 번거로움을 덜 수 있기 때문에 우편 연하장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기기가 대중화되고 이메일을 통해 안부를 전하는 이들이 늘면서 연말 분위기를 이끌어왔던 크리스마스 씰과 연하장 판매량도 덩달아 급감하고 있다. 더욱이 취약계층과 결핵환자 지원을 위한 크리스마스 씰의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나눔의 의미 역시 퇴색되는 실정이다.
3일 대한결핵협회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씰 판매액은 지난 2011년 50억원, 2012년 43억원, 2013년 39억원, 지난해 34억원 등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결핵협회의 올해 판매목표액도 3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새로 결핵 진단을 받은 환자 수는 2011년 5만491명, 2012년 4만9천532명, 2013년 4만5천292명, 지난해 4만3천88명이었고, 사망자 수는 2011년 2천364명, 2012년 2천466명, 2013년 2천330명, 지난해 2천305명 등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 기기의 확대로 우편물 사용이 급감한데다 크리스마스 씰 구입이 강매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씰 판매에 학교법인 등이 협조하도록 의무화한 규정을 폐지하는 ‘결핵예방법 개정안’을 발의, 국회에 계류중이어서 법안이 통과되면 씰 판매는 더욱 줄어들 예정이다.
이에 대해 대한결핵협회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씰 판매액이 결핵환자 뿐만 아니라 법적 테두리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도움을 전하는데 사용되는 만큼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연하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560만장에 달하던 연하장 판매량은 2013년 520만장, 지난해 440만장 등으로 감소했고, 올해에도 예년 수준 이상 판매가 어려울 전망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연하장 판매량이 점차 감소함에 따라 자체적으로도 연하장 발행을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송우일기자
구세군 등 모금 줄고 직접 봉사 참여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과 온기를 나누기 위한 기부활동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기부문화 역시 SNS를 이용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구세군 등 모금단체에 현금을 기부하던 전통적 방식 대신 기부자가 직접 참여·봉사하는 기부문화도 형성되고 있다.
3일 한국 구세군 등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모금액 총 68억원 중 35억원(52%)이 거리모금액이었던 반면 지난해 거리모금액은 39%(99억원 중 38억원)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한국 기부문화연구소는 기부자의 만족도 제고, IT 기술의 발전 등의 이유로 다양한 형태의 기부문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평소 남들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하는 K씨(42·여·수원)는 매일 저녁 주변 마을 공원을 걷는 동시에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가 참여하는 빅워크(Bigwalk) 모금 운동은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10m를 걸을 때마다 1원이 적립돼 성장기 하지 절단 어린이들의 의족 제작 및 뇌병변 등 장애 아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한 기구를 지원하는 데 기부된다.
실제로 이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사람들은 10만명이 넘는다. K씨는 “대한적십자사 등에 정기적인 기부를 해왔지만 사실 기부를 한다는 성취감을 느끼지 못해 아쉬웠다”며 “직접 참여하는 기부 활동은 확실히 전통적인 기부 방식보다 더욱 뿌듯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P씨(30·오산시)도 새로운 기부 문화에 동참했다. 평소 국내 유명 대기업에서 신발을 사온 그는 지난 1월 지인의 소개로 특정 기업의 신발만을 사기 시작했다.
이 기업은 미국에 본사를 둔 신발 업체로 ‘내일을 위한 신발’이라는 슬로건으로 사람들이 한 켤레의 신발을 구매하면, 한 켤레를 신발이 꼭 필요한 빈곤한 제3세계 아동들에게 기부하고 있다.
비케이안 한국기부문화연구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었던 아이스버킷챌린지처럼 봉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참여형 기부문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제는 단순 현금 기부 방식에서 벗어나 봉사자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기부 문화 조성에 나서야 기부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웅기자
“가계 유지조차 어려워” 인쇄업체 울상
“연말이면 달력 제작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빴는데 이제는 파리만 날리네요”기업이나 가게의 연말 홍보 필수품이었던 달력이 수요 감소와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줄면서 연말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새해 달력 제작으로 연말특수를 맞던 인쇄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수원시 장안구 H달력인쇄업체는 35년째 달력을 제작하고 있지만 올해 심각한 불황에 직면하면서 차가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이 업체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연말특수로 내년도 달력의 주문이 폭주, 통상 1만부의 달력을 제작했다.
하지만 올해는 거래처의 주문이 급감하면서 겨우 2천부를 생산하는데 그쳤다. H업체 관계자는 “점점 달력에 대한 수요가 적어지고 경기침체까지 맞물려 주문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돈벌이도 되지 않는데, 오랜 세월 해왔던 일이라 어쩔 수 없이 한다는 말이 정말 딱 맞는 요즘”이라고 푸념했다.
성남시 중원구 D달력인쇄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이곳은 2016년도 달력을 5천부 가량 만들어놨지만 아직까지 절반가량만 팔리면서 난감한 상황이다.
D업체 관계자는 “연말이면 이곳저곳에서 달력을 나눠주던 문화가 사라진 것 같다”면서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계 유지도 어려워 복사 등 일반 인쇄까지 해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연말이면 고객들에 크고 작은 달력을 몇 부씩 나눠주던 은행도 달력 제작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에 따르면 3곳은 지난해 2015년 달력을 총 677만부 제작했지만, 올해는 약 6%가량 감소한 637부만 제작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스마트폰 달력과 다이어리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달력을 찾는 연령층은 이제 대부분 어르신밖에 없다”며 “수요가 적은데다 경기불황까지 맞물려 달력 생산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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