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문제는 도시가 무한히 성장하고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시화가 일정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각종 도시문제로 인해 쇠퇴의 징후가 나타나게 되고, 도시를 관리하고 가꾸어야 할 시점이 도래하게 된다.
최근 우리경제의 무기력증은 한국도시들의 이러한 쇠퇴징후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 도시가 삶의 터전으로서의 매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성장엔진으로서의 기능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쇠퇴한 도시를 되살리는 도시재생사업이 필히 요구된다. 제조업의 몰락으로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서구도시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도시재생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도시재생 방식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금까지의 도시재생은 부동산 가치상승에 중점을 두고 행정당국이 주도해 전면철거 후 재건축하는 방식위주였다. 그러나 최근의 도시재생은 물리적인 환경개선뿐만 아니라 지역의 경제ㆍ사회ㆍ환경적 특성을 고려하여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과거의 도시재생이 ‘하드웨어’ 측면인 재건축, 재개발에 초점을 맞추어 도시의 기능향상과 행정속도를 중시하였다면, 최근의 도시재생은 ‘소프트웨어’측면을 중시하며 도시의 재활성화와 도시경제의 재창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로운 도시재생 방식의 핵심적인 키워드는 ‘감성’과 ‘참여’라 할 수 있다. ‘감성’이란 도시재생과정에서 도시의 고유한 역사나 산업유산, 문화ㆍ예술적 자원 등 감성적인 요소를 인구와 기업의 유인책으로 적극 활용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리고 ‘참여’는 도시재생에서 도시민의 삶의 질과 라이프스타일이 도시활성화의 중요한 목표로 대두되면서 재생의 주체로서 시민 및 기업의 참여와 역할이 확대되는 방식을 의미한다.
도시재생방식의 이러한 진화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지만. 우리가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단기적 성과도 좋지만 함께 만들어 가는 재생 과정 자체에 보다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해진 기간과 계획 하에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감성, 창의, 소통, 참여 등과 같은 키워드를 활용하면서 계획을 함께 수정ㆍ보완해 가는 과정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재생의 결과로 우리의 도시들이 새로운 창조적 거점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도시재생과정에 기업을 적극 참여시켜 행정당국-시민-기업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적인 기업인 BMW가 구겐하임 재단과 협력하여 도시와 소통하기 위한 이동식 랩을 만든 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도시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도시재생을 선도하여 도시경제부흥의 한국적 성공사례를 만들어 내고, 이것이 촉매가 되어 대한민국 경제가 또 한 번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허재완 중앙대 사회과학대 도시계획ㆍ부동산학과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