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축산업] 道 생산액 3조 ‘전국 1위’… 몸집 커졌지만 가축 질병엔 취약

5년간 구제역 살처분 돼지 179만두 피해액만 무려 1조397억원 달해
호주·뉴질랜드 FTA 줄줄이 대기 사육환경 개선 등 선택과 집중 필요

▲ 지난달 25일 찾은 덴마크 앨민드(Almind)마을의 유기농 돼지농장에서 어미돼지와 새끼돼지가 드넓은 풀밭 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 이곳의 돼지들은 질병을 막기위한 예방접종 주사도 제한 받고, 꼬리 자르기도 할 수 없다.
지난 9월 말 기준 경기지역의 축산업 규모는 전국 1위다. 도내서만 전국의 약 22% 에 달하는 3천997만여두(닭 3천768만9천932두, 돼지 184만4천748두, 한육우 26만8천727두, 젖소 16만7천259두 등)의 가축이 사육되고 있다. 도내 축산 농가는 1만679곳으로 전체의 9.7%에 불과해 도내 축산농가가 규모화됐음을 의미한다.

 

올해 3/4분기 기준으로 도내 돼지 농가 881곳(184만4천748두) 가운데 1천두 미만을 사육하는 소규모 농가는 347곳으로 지난 2010년(509곳)보다 32% 줄어들었다. 5천두 이상 사육하는 대규모 농가는 올해 65곳으로 2010년(52곳) 보다 13곳 늘었다. 축산업 생산액 역시 지난 2013년 기준 3조1천억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 같은 규모화는 생산성을 높이지만 가축 질병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경기지역은 구제역이 빈번하게 발생해 농가의 타격이 더욱 크다. 지난 2010년 1월 경기도 포천과 연천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그해 4월 김포로 번진 이후 12월에는 전라도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1개 광역지자체, 75개 시군구로 확산됐다.

 

또 최근(2014년12월~2015년 4월21일) 발생한 구제역은 경기지역에서 이천, 안성, 용인시 등 8개 시군에서 56건이 발생해 경기지역 58개 농가가 기르는 4만2천616두의 돼지가 산 채로 파묻혔다.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경기지역에서만 발생한 총 86건의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돼지만 179만1천691두에 달한다. 여기에 농가 보상, 매몰 비용, 소독비 등 지난 5년간 구제역에 사용된 액수만 1조397억원이다. 잦은 구제역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가격 폭ㆍ등락으로 축산농민을 더욱 힘겹게 한다.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구현하려면 가축 질병 예방이 우선돼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FTA 등 개방 가속화로 말미암은 외국산 축산물과의 치열한 경쟁도 우려된다. 정부는 한-미 FTA, 한-EU FTA로 인한 축산업 피해를 연간 1천170억원으로 추정했다. 한-미 FTA 808억원(돼지 313억원, 소고기 167억원, 닭 131억원), 한-EU FTA 362억원(돼지 158억원, 낙농 126억원, 닭 50억원, 소고기 28억원)등이다. 

특히 한-호주, 한-뉴질랜드 등 축산강국과의 FTA가 잇따라 발효될 예정이어서 축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구제역 청정지역인 전라남도는 지속 가능한 청정축산업을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친환경 축산 5개년을 계획, 전국 최초로 친환경축산 추진계획을 수립해 시행해 오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전국최초로 녹색축산기금을 조성하며 사육환경 개선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2011년에는 국내 최초로 녹색축산 조례를 제정하고 공포해 친환경인증, 조사료생산확대, 축종별 조직화를 꾀했다. 축산 환경의 변화 없이는 경쟁력도 없다는 절실함에서 나온 대책이었다.

 

권두석 전라남도 축산과장은 “가축 질병은 병원체, 숙주, 환경의 세 가지 요소가 결합할 때 발생한다”며 “지속 가능한 축산을 위해서는 소비자들에게 축산물 안정성을 보장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질병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남은 청정돼지라는 이미지로 안정성을 인정받아 고가에 팔린다”면서 “그동안 품질 고급화 축산을 추진해 왔지만 앞으로는 축산의 기능성을 강조하는 측면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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