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식 생산환경… 축산 경쟁력 제자리
잇따른 자유무역협정(FTA)에 국내 축산농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토착화 되는 구제역과 AI 등 가축질병, 수급 불안정으로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축산 농가들의 한탄은 현재 위기에 처한 국내 축산업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가축질병을 막고자 백신 접종에 사활을 걸고, 친환경 축산 등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위한 근본적인 해답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본보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2015 공동기획취재에 참여해 국내 전남 영광군의 한돈한우 농가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수출국인 덴마크의 선진축산업 현장을 다녀왔다.
국내 축산업 환경에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시점, 국내 축산업이 지속 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을 5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주
축산업 생산액은 농업생산액(473조원)의 39.7%를 차지하며 농촌산업을 이끌고 있다. 1인당 육류 소비량은 1980년 11.3㎏에서 2000년 31.9kg, 지난해 45.1kg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하지만 FTA와 축산업에 대한 사회적 혐오감, 1차 산업의 한계, 가축질병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축산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오는 구제역 등 가축질병은 토착화돼 농가는 물론 식탁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10~2011년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돼지는 전체 사육 마릿수의 30%, 피해액은 2조5천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도 지난 4월21일 국내 195농가의 돼지 17만2천734두가 산 채로 매몰된 뒤에서야 구제역이 종식됐다. 돼지가 제대로 눕기조차 어려운 협소한 시설, 공장식으로 생산되는 환경은 백신으로도 질병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국내법상 적정 사육 가축 수는 99㎡당 소 20마리, 송아지 40마리, 돼지 125마리, 닭장에서 키우는 닭 2천마리 이하다. 비좁은 축사에 갇혀 밀집 사육되는 가축은 스트레스와 질병에 시달리고 농가는 가축 질병의 공포에서 벗어나고자 항생제에 매달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의 축산 경쟁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양돈농가의 수익으로 연결되는 MSY(Marketted-pigs per Sow per Yearㆍ모돈 한 두가 연간 출하하는 비육돈 두수)가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각각 25두인데 비해 한국은 17두에 그친다. 폐사율은 한국 15.4%, 덴마크 8.4%, 네덜란드는 8%로 선진국과 비교하면 두 배에 이른다.
유통구조 역시 축산농가들을 힘겹게 하는 요소다. 우리나라는 기업과 농협, 품목조합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농부가 이들에 종속되는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국내 축산물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축산 농가들의 농업소득률은 지난 2004년 36.40%에서 지난해 33.04%로 3%p 줄어들었다.
허덕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축산업은 가축분뇨 처리 문제와 질병 등 때문인 부정적 시선과 잇따른 FTA로 10년 뒤에는 인적자본이 급속히 줄어들 것”이라며 “여러 문제가 얽혀 있는 만큼 국가와 지자체, 농가가 힘을 모아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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