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보행자 중심의 도시재생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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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나라의 도시개발방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재개발이다. 일순간 불량주택이 철거되고 높은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는 식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 이루어진 이런 재개발 방식은 개발이익의 분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부족, 기존 도시가 갖는 가치 보전 등이 문제가 되어 더 이상 흔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대신 도로, 상하수도 등 기존 도시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노후화된 건축물을 새롭게 정비하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 만들어져 정부가 적극 지원할 수 있는 토대도 만들어졌다. 도시 기능을 정비하고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은 교통문제를 완화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열악한 교통 환경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래된 도시의 단독주택가 골목길은 매우 비좁다. 차를 세울 곳도 부족하다. 이런 길로 아이들과 노인이 차를 조심하며 걷는 것은 일상화된 지 오래다. 보행자와 차량의 충돌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도시재생사업은 이런 열악한 가로 여건을 개선하는데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기존 도시 특히 오래된 단독주택지구의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교통 측면의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 물론 걷기도 좋고 차량 통행에도 좋으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경중을 따진다면 걷기 좋은 도시가 우선이다. 도시의 주인은 사람이지 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이 중심이 된다고 해서 차가 배제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차량의 소통도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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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가를 보행자가 중심으로 재생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가로망 체계를 차량 중심이 아닌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어 생각하는 편이 좋다. 그러면 사람들이 어떤 길로 많이 다닐지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어딘지 알 수 있다.

 

이런 길은 차도의 폭을 좁혀서라도 보도를 확충하는 편이 좋다. 그러기 어렵다면 보행자우선도로로 지정해서 차와 보행자가 부딪히는 사고가 나더라도 보행자가 보호받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이렇게 보행자 동선을 고려한 보행 네트워크가 완성된 이후 차량 네트워크 체계를 고려한다면 어느 정도 차량의 소통도 보장되는 주택가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이런 식의 도시재생사업을 할 경우 가장 문제되는 것은 주차공간의 확보이다. 이를 위해 블록단위의 공동주차장이나 주차빌딩을 공공 혹은 민관 합작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걷기 좋은 도시 개발은 우리가 선진국보다 앞서가면 어떨까? 문득 작고하신 한 도시계획가의 말씀이 생각난다. ‘걷기 좋은 도시라야 살기 좋은 도시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연구 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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