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재난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에 성별 차이는 재난안전정책을 수행하는데 중요한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작년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창궐한 에볼라 감염자와 사망자의 75%는 여성이었다. 또한 1991년과 2005년 아시아지역을 휩쓸었던 사이클론과 쯔나미로 인한 사망자 역시 남성 보다 여성이 훨씬 많았다.
2011년 3월 일본을 뒤흔들었던 동일본 대지진에서도 여성 사망자가 남성 사망자보다 더 많았다. 이는 재난이 남성과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름을 의미한다. 이미 유엔은 1995년 북경 세계여성대회에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와 재난예방, 재난발생과 복구과정에 있어서 성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함을 제시한 바 있다.
작년 본원에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경기도 도민 중 소화기 사용법을 잘 알고 있는 비율이 남성은 40.2%인데 비해 여성은 8.5%에 불과하여 남녀 차이가 매우 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피방법을 알고 있는지 물으니, 남성은 28.4%가 알고 있는 반면, 여성은 8.2%에 불과했다. 그런데 안전과 관련된 교육이나 훈련을 받아본 경험은 남성이 70.3%인데 비해, 여성은 41.3%에 불과했다.
지진이 잦은 일본의 경우, 평일 낮에 아기를 동반한 어머니와 고령자를 대상으로 재난대비훈련과 교육을 실시하는 지자체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여성의 관점에서 어떤 재난안전정책이 필요한지 세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지침을 만들었고, 지역방재회의에 여성의 비율을 높이도록 촉구하고 있다.
경기도의 통장 중 75%는 여성이다. 우선은 통장들을 대상으로 소화기 사용법 등 안전교육을 실시해보면 어떨까. 동남아시아의 경우처럼 아이와 노약자를 동반하고 대피하여야 하는 여성들이 대피방법을 몰라 재난에 희생되는 일이 없으려면 지금이라도 성 인지적 재난안전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일이 시급하다.
안태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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