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M.Inoue의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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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10년 연속 일본의 살기 좋은 5대 도시, 살기 좋은 세계 10대 도시에 선정된 후쿠오카는 비행기로 서울에서 1시간 30분, 부산에선 5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다. 규슈와의 일상화된 국제교류를 주창해 온 터라 유독시리 지인이 많고 찾는 횟수 또한 잦다.

 

이제는 관광명소나 유명세 탄 시설이나 공간보다는 인근 시골이나, 숨겨진 맛 집을 탐색하는 재미가 더 솔솔 하다. 그러다보니 참새방앗간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골목식당이 더러 있다.

 

후쿠오카 시청 뒤 톈진 중앙공원 옛 만국박람회 영빈관 건물 근처에 가면 ‘멘타이쥬우’라는 2층짜리 명란 전문 가게가 보인다. 5년 전, 우연히 묵었던 근처 호텔에서 이른 점심을 탐해 발견하곤 이내 방앗간으로 삼은 별미집이다. 

올해도 같은 숙소를 나와 이른 점심을 위해 그곳을 찾았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2층의 가장 좋은 창가에 앉아 손가락 주문을 했다. 명동교자를 가면 늘 칼국수를 시키듯, 멘타이코우동 하나를 주문했다.

 

명란젓을 풀어 넣은 양념국물에 쫄깃한 생면을 찍어 먹는 별미로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음식이다. 반쯤 먹었을까. 여직원 이노우에상이 클립보드를 하나 놓고 간다.

열어보니 계산서가 아닌 이노우에가 손으로 쓴 간단한 메모였다. “Enjoy Fukuoka, Thank you, Korea-Hakata. M. Inoue”라고 쓴 손 글씨에 그의 얼굴을 그려 넣었고 맨 위에 음식 값을 적었다. 늘 맛있게 먹었지만 그날의 멘타이코우동은 정말 최고였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보여준 이노우에의 배려는 후쿠오카가 살기 좋은 도시임을 심증하게 하는 작지만 따듯한 단서로 충분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친절과 창의적 사고는 고색창연한 역사문화유산과 앵커시설, 상업시설과 거대한 도시브랜드 못지않게 관광도시의 중요한 요소이다. 그날 참 따듯했다. 이 글을 스크랩해서 이노우에에게 보낼 것이다. 그 또한 포근하고 행복한 세모가 되었으면 좋겠다.

 

차재근 경기문화재단 前 문화예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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