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병신년 (丙申年), 20대 총선의 해가 시작됐다.
오는 4월13일 치러지는 총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4년차, 2017년 대선을 1년 여 앞두고 치러진다.
따라서 청와대와 여당은 국정안정, 야당은 국정견제와 심판을 각각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차기 대선에서 각각 정권재창출과 정권교체를 노려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 모두 당내 사정이 복잡하다.
특히 야당은 분당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일여다야’(一與多野)라는 최악의 총선 구도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선거구획정이 늦어지면서 ‘기득권 지키기’란 비판을 받지만 여야는 이보다 당내 공천 문제에 몰두하며 차기 대권욕심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300석 중 180석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인 ‘국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과반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현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던 180석 목표는 안철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신당을 창당키로 하면서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야권 단일후보와 맞선 19대 총선에서도 예상을 뒤엎고 152석이라는 과반을 획득한 터라 ‘일여다야’로 치러지는 20대 총선에서는 그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내부의 공천경쟁이다. ‘결선투표’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많은 가운데 명망 있는 인사들의 ‘험지 출마론’과 우선추천제의 적용 범위 등을 놓고 이어지는 친박(친 박근혜)·비박(비 박근혜)간 갈등이 최종 후보 공천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해 20대 총선을 겨냥한 작심 발언들이 선거가 가까울수록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국회법 개정안 협상을 주도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정조준하며 “배신의 정치”라고 말했으며 국회법을 처리한 정치권에 대해서도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이 심판해 달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테러방지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 등 쟁점법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자 11월 “국민 여러분이 국회가 진정 민생을 위하고 국민과 직결된 문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나서 달라”며 “앞으로 그렇게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었다. 이로인해 ‘진박(진실한 친박)’ 신조어가 나오고 정치권에서는 ‘진박’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배신의 정치 심판’과 ‘진실한 사람 선택’
박 대통령의 발언은 결국 ‘배신의 정치 심판’과 ‘진실한 사람 선택’으로 귀결된다. 문제는 무엇이 배신이고 누가 과연 진실한 사람인가 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2일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옛말에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한결같은 이가 진실된 사람이란 말이 있다”고 말해 ‘진실한 사람’의 기준을 제시했다.
이를 적용하면 19대 국회에 입성할 때와 임기가 끝나갈 때 한결같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다. 친박계는 20대 후보 공천에서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 의미를 반영하기 위해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곳곳에서 친박 인사간 ‘진박’ 마케팅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일부 지역은 ‘친박 vs 비박’간 공천 경쟁이 치열해 대통령의 의중이 얼마나 반영될 지는 미지수다.
당내 서청원 최고위원(7선, 화성갑) 등 친박과 김무성 대표 등 비박은 ‘공천룰’ 마련을 위한 공천특별기구 구성을 놓고 일합(一合)을 겨뤘었다.
친박과 비박은 연초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등을 놓고 또 한 번의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친박·비박간 갈등은 20대 국회에 자기쪽 인사를 많이 입성시킬수록 차기 대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천 줄다리기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도내 진박 경쟁, 친박 vs 비박은 어디
20대 총선 최대 승부처인 경기·인천 지역에도 ‘진박 경쟁’ 혹은 ‘친박 vs 비박’ 지역이 많다.
‘진박 경쟁’ 지역은 과천·의왕, 성남 분당갑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과천·의왕은 박요찬 당협위원장이 19대 총선에서 패한 후 4년간 땀을 흘려왔던 곳인데 최형두 전 국회 대변인이 예비후보 등록을 하며 경선 도전장을 던졌다. 최 예비후보는 박 대통령 임기 초인 2013년 3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대통령비서실 홍보기획비서관을 역임해 친박계로 통한다.
하지만 박 위원장도 친박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인사다. 친박계 핵심의원의 한 측근은 “최 (전) 대변인이 과천·의왕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의원이 ‘왜 하필 과천·의왕이냐’고 말한 것으로 안다”면서 “어느 쪽과 더 가깝다고 하기가 곤란할 정도로 두 사람 모두 친하다”고 말했다.
사법고시를 두번 합격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는 박 위원장은 당내 율사 출신 중 손꼽히는 조세·금융전문 변호사로 통할 정도로 실력파이기도 하다.
성남 분당갑은 도의원 3선과 도의회 부의장을 역임한 장정은 의원(비례)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이종훈 의원(초선)과 경선을 준비하는 가운데 친박계로 알려진 권혁세 전 금감원장이 가세해 경선 3파전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친박계 여성 핵심이면서 조직력을 인정받고 있는 장 의원은 김무성 대표와도 가까울 정도로 인맥이 넓어 이 의원과 권 전 금감원장간 미묘한 전선이 형성돼 있다.
인천은 분구가 유력한 연수에서 ‘친박’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계로 통하는 민현주 의원(비례)이 ‘진박 마케팅’ 경쟁을 벌이며 공천대결을 벌일 태세다.
‘친박 vs 비박’ 경쟁 지역은 양주·동두천의 이세종 당협위원장과 김성수 전 의원이 우선 꼽힌다. 18대 의원을 역임한 김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이 당협위원장에게 공천을 내줬고 이 당협위원장은 더민주 정성호 의원(재선)에게 패했다. 양주·동두천 선거구가 나눠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지역을 선택하지 않는 한 경선이 불가피한 상태다.
부천 소사는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친박’ 강일원 가톨릭관동대 교수가 17·18대 의원을 역임한 ‘비박’ 차명진 전 의원에게 공천 도전장을 던졌고 광주에서도 친박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가까운 노철래 의원(재선)에 맞서 17·18대 출신 ‘비박’ 정진섭 전 의원이 도전장을 낼 태세다. 광주 선거구의 분구가 확정되면 서로 엇갈려 공천 때 부딪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 더불어민주당의 ‘잠 못 드는 밤’, 총선 성적표는?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면서 분당 위기를 맞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약칭 더민주)의 총선 성적표는 과연 몇 석이 될까?
20대 총선이 3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더민주의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며 총선 전략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다소 힘겨워 보인다. 당내 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 선대위 구성이 제대로 될지도 의문이다.
안 의원은 지난해 12월21일 신당 창당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2월 설(8일) 전에 신당을 띄우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안철수 신당이 모습을 드러내고 설 연휴 민심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더민주와 신당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이를 감안, 더민주가 후보 공천 작업을 언제 마무리할 지도 관심이다. 안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과의 연대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터라 더민주는 독자후보를 내야 하지만 호남 민심이 심상치 않아 공천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대 총선 결과로 본 더불어민주당의 위기
더불어민주당의 위기를 19대 총선 결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민주통합당으로 19대 총선에 나섰을 당시 옛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통해 127석을 획득했다. 옛 통진당이 차지했던 13석을 합하면 140석으로 새누리당 152석에 비해 12석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야권연대의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지역구 의석은 민주통합당 106석, 옛 통진당 7석으로 합하면 113석이며 새누리당은 지역구 127석으로 14석 차이가 난다.
문제는 더민주의 지역구 당선이 수도권과 호남(전남·북, 광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경기 29석, 인천 6석, 서울 30석 등 수도권이 65석이며 호남이 25석(광주 6·전북 9·전남 10)으로 합하면 총 90석으로 106석의 84.9%를 차지한다.
이중 호남 민심의 이탈 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수도권의 호남 출신 유권자들도 이탈 조짐이 감지돼 비상이 걸린 상태다. 20대 총선에서 호남과 수도권 민심 이탈로 20~30석 가량이 줄어들 경우 지역구 70~80여 석, 비례대표와 합해도 90~100여 석 가량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한 19대 처럼 야권 연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안 의원이 더민주와의 연대 가능성에 거부감을 피력, ‘일여다야’ 구도 가능성을 높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더민주 의석이 줄어들고 안철수 신당도 선전하지 못할 경우 180석 이상을 새누리당에 허용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반대로 안철수 신당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더민주가 내분을 추스리는 등 심기일전 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주목해야 할 야권 경·인 지역 총선 주자
야권의 상황이 혼미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주목해야 할 경기·인천 주자들은 누구일까. 특히 더민주가 현역 의원 20% 컷오프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경·인 주자 중 누가 포함돼 공천문턱에서 주저앉을 지, 혹은 누가 신당에 합류하거나 더불어민주당을 지킬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내 인사 중 5선으로 최다선인 문희상 의원(71·의정부갑)과 이석현 국회부의장(65·안양 만안)의 6선 입성여부가 우선 관심사다. 이 부의장의 경우 여야를 통틀어 도내 현역 의원 중 가장 먼저 지난해 12월17일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등 6선에 대한 의욕을 강하게 드러냈다.
안철수계 의원으로 통했던 송호창 의원(초선, 의왕·과천)이 일단 더민주를 동반 탈당을 하지않겠다고 밝혔으나 신당 세력이 많아지고 더민주가 크게 위축될 경우 선택의 기로에 다시 서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기도의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손학규 전 대표계 이찬열 도당위원장(재선, 수원갑)의 행보 역시 관심사다. 손 전 대표계는 지난해 김동철 의원(3선)이 탈당해서 안 의원 신당에 합류하고 신학용 의원(3선, 인천 계양갑)은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손 전 대표가 한 측근 의원에게 “이런 때일수록 원칙과 정도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 것이 전해지면서 탈당을 만류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원외 인사 중에는 문재인 대표와 안 의원간 갈등을 중재해온 통합행동에 참여했다가 안 의원이 탈당하자 “당이 이리 망가지는구나”라며 장탄식을 했던 정장선 전 의원(평택을)의 행보도 주목된다. 3선(16~18대)을 역임한 그는 “몸싸움 국회가 부끄럽다”며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 나섰으나 새누리당 신예 유의동 의원(초선)에게 패했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개혁적 국민정당’ 출범식에서 축사를 해 이목을 끌었던 김두관 전 경남지사(김포)도 시선을 모은다. 천 의원 신당 보다 안 의원 신당이 더욱 여론의 관심을 받는 상황에서 더민주의 외연확대와 야권재편 사이에서 김 전 지사의 역할이 주목된다.
김재민기자
도내 빅매치 예상지역
수원갑·병 격전지 부상
박기춘·최재성 불출마
남양주 예비후보 과열양상
경기도내 빅매치 예상지역은 우선 새누리당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과 김상민 의원(비례),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도당위원장, 이재준 전 수원제2부시장 등이 나선 수원갑(장안)을 꼽을 수 있다. 이중 박 사무부총장과 이 도당위원장이 재대결을 벌일 지가 주목된다. 두 사람은 박 사무부총장이 한나라당, 이 도당위원장이 통합민주당으로 각각 나선 18대에 맞대결을 벌여 박 사무부총장이 크게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초선)과 이승철 도의회 대표의원, 더민주 김영진 지역위원장 등이 대결을 펼칠 수원병(팔달)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팔달경찰서 유치’로 주가를 높인 새누리당 김 의원은 원내대변인으로 활동해 인지도가 높으며 이 대표의원은 도의원 3선의 지방 의정경험뿐만 아니라 남경필 지사의 후광을 등에 업고 있다. 더민주 김 위원장도 지난해 7·30 재·보선 때는 손학규 전 대표에게 공천을 양보했지만 밑바닥 지지도가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 김명연 도당위원장(초선)과 더민주 고영인 지역위원장, 김현 의원(비례) 등이 나선 안산 단원갑도 관심대상이다. 더민주는 19대 총선에서 이 지역의 공천권을 옛 통합진보당에 내줘 사실상의 8년 만의 재도전이다. 김 의원과 고 위원장간 경선을 벌일 경우 승패는 예측불허인 가운데 김 도당위원장의 조직력도 상당해 불꽃튀는 접전이 예상된다.
무소속 박기춘 의원(3선, 남양주을)에 이어 더민주 최재성 의원(3선, 남양주갑)도 불출마를 선언해 무주공산이 된 남양주는 예비후보가 갑·을 합쳐 20명 가까이 될 정도(12월27일 현재 갑 6·을 10)로 과열양상을 빚고 있다. 남양주는 특히 3개 선거구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공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도내 동북부 지역 선거구인 양주·동두천과 연천·포천, 여주·양평·가평의 선거구 최종 조정결과에 따라 출마 주자들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현역인 더민주 정성호 의원(재선, 양주·동두천)과 새누리당 김영우(재선, 연천·포천)·정병국 의원(4선, 여주·양평·가평)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나설 여야 주자 또한 최종 선거구획정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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