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풀고 미래로…] 최순종 갈등관리센터장

밀어붙이기는 금물 마주앉아 대화하라

“실타래처럼 얽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사회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개인과 단체마다 지향하는 면이 다양화되면서 ‘갈등’ 또한 여러 형태로 분출되고 있다. 

집단 행동도 부지기수로 늘어났으며 심지어 정부와 국민이 갈등 사안을 두고 충돌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갈등이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 이 갈등을 풀어나가야 할 해결 방안은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단기간에 갈등을 해결하려 들고 충분한 대화도 병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밀어붙이기식이거나 힘으로 누르려 든다. 

이에 최순종 갈등관리센터장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고 갈등의 순기능인 조율과 발전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서로 마주보고 대화부터 시작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최 센터장과 21세기 한국사회의 갈등의 의의와 다양한 쟁점 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갈등관리센터가 정의하는 갈등과 갈등관리센터 설립 의의가 있다면

A 일반적으로 갈등은 개인 혹은 집단 간 이해관계의 충돌, 목표나 목표에 이르는 수단 차이 등에 의해 발생된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갈등은 무엇보다도 사실 관계에 대한 인식 차, 의사소통의 부재 등 소위 ‘가치 차이’에서 발생되는 갈등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공공갈등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면서 공공기관 상호 간 혹은 공공기관과 주민 간에 양립할 수 없는 가치, 목표나 수단 등의 대립으로 인해 발생된다.

 

이런 배경 속에서 갈등관리센터는 경인지역사회에 산재된 갈등 해소를 통해 지역사회 통합과 발전에 기여하고자 지난 2015년 8월 출범했다. 

최근 경인지역 내 지자체 간 또는 지역주민 간의 갈등과 대립이 점점 증가되고 있는 시점에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며 동시에 전문성을 갖춘 갈등관리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에 학계의 전문성과 현장전문가의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이해당사자의 요구를 최대한 수렴해 도출되는 가치통합을 통한 갈등 극복,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갈등을 지역사회발전의 선순환적 구조 창출의 기회”로 만드는 것을 본 센터의 비전으로 삼고 있다.

 

Q 과거의 갈등양상과 최근 벌어지는 갈등이 이전과 달리 어떻게 변화했나

A 현대사회 갈등의 특징으로 감정화, 정치화, 원인의 불명확화, 조직화, 공론화 등을 들고 싶다. 우선 갈등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갈등 대부분이 물적 피해보상에 대한 요구 때문에 발생했다면 현재는 갈등의 원인이 훨씬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이해 당사자 간의 감정적인 측면이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는, ‘갈등의 감정화’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둘째, ‘갈등이 정치화’되고 있다. 지방자치제도 강화와 민선단체장 제도 시행이 가지는 장점이 많지만, 이와 같은 정치제도의 변화로 인해 지자체 간의 갈등이 오히려 심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셋째, ‘갈등 원인이 불명확’해지고 있다. 갈등사안에 대한 사실 관계 또는 당사자의 현실적인 이해관계보다 향후 발생가능성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현대사회 갈등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넷째, 갈등원인의 불명확성 또는 비가시성은 특히 ‘정치성을 지니고 조직화’ 된 이해당사자들이 개입되면 될수록 확장되고 심화된다.

 

마지막으로 언론을 통한 ‘갈등의 공론화’다. 사실 언론은 갈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데, 최근에는 언론이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심지어 조장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본격적인 갈등은 정서적 불안이나 감정적 자극으로 촉발되며 여기에 제3의 이해관계자가 가세하면서 갈등이 증폭되는 특징을 지닌다.

 

Q 외국의 갈등관리에 대한 사례나 제도적 장치를 소개한다면

A 우선 제도적 측면에서, 외국(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의 경우 갈등예방과 해결에 필요한 갈등관리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고 우리사회 역시 이론 교육과 현장 경험을 지닌 갈등 전문가의 양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외국의 갈등관리 사례가 주는 시사점으로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은, 갈등 조정을 제3자에게 의뢰하고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다. 

심지어 오스트리아 빈국제공항 확장계획에서 발생한 갈등해결을 위해 국제공모를 통해서 갈등 조정관을 선발하기까지 했다. 우리 사회의 갈등 역시 정부나 지자체가 행정절차에 의해 해결하기보다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동시에 전문성을 지닌 제3자에게 의뢰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Q 경기도에서 심각한 갈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경기도는 지역구조적, 환경적 그리고 사회문화적 특성상 다른 지자체보다 갈등의 요소를 더 많이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은 수원, 용인, 고양, 성0남 등 인구 100만 규모의 지자체는 갈등해결을 위한 협의와 조정에 있어서도 경기도와 의사소통보다는 지자체의 독자적인 정책 목표, 즉 앞에서 언급한 지역이기주의나 갈등해결을 위한 정책의 정치화로 흐를 수 있는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이 같은 측면에서 지자체간 협력과 정책연합을 강조하는 도지사의 방향은 옳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도정 방향이 선언적 측면보다는 지자체간 협력을 통해 상생을 만들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연합에 대한 고민은 더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Q 갈등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는

A 갈등의 이해당사자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공유가 전제돼야 하며 소통을 통해 각자의 주관적 주장을 합리적인 협의 또는 합의 상태로 이끌어야 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경제적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때로는 ‘느린 것이 오히려 빠를 수 있다’는 명제를 생각하고 좀 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갈등에 대한 대처와 관리가 필요하다.

 

갈등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느냐, 어떻게 구성원간의 가치 통합을 이끌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민주화, 다원화, 개인화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 한국사회는 개인의 권리와 주장이 의무와 양보보다 더 커진 느낌이다. 갈등을 사회발전과 사회통합의 계기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각자의 커진 목소리를 낮추고 상대에 대한 이해와 양보가 절대적으로 필요로 된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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