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학습영재보다 감정표현 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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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교육지원청 영재교육원 2단계 선발시험을 치르는 날이었다. 네비게이션은 학교로 들어갈 수도 없는 쪽문 앞으로 안내했다. 입실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아이를 그 쪽문 앞에 내려줬다. “영민이 혼자 들어갈 수 있지? 본관 아니고 별관!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지?” “네~ 엄마!” 밝게 웃으며 들어가는 아이의 등이 그 날 따라 신경이 쓰였다.

 

차를 대충 대놓고, 별관을 찾아갔다. 수험장 안으로 들어가려니 부모 입장은 불가다. 다행히 별관 앞에서 안내 맡으신 선생님께 아이 혼자 들여보내 잘 들어갔는지 궁금하다고 정중히 부탁드리니 알아봐 주신단다. 잠시 후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이 아이가 맞느냐고 물었다. 사진에 찍힌 딸의 표정은 정말 환해보였다. 그 사진 한 장으로 난 안심이 되었다.

 

아이가 수험장에 잘 들어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다리는 5분 남짓한 시간. 그 사이 정말 나를 놀라게 하는 일은 아이의 사진이 아니었다. 별관과 본관을 찾지 못해 헤매며 화내는 부모의 모습이었다. 아이의 손을 잡은 채로 말이다. 수험장 앞을 지키고 있던 선생님께 짜증내고 눈을 위아래로 흘기며 큰소리치는 장면이었다.

수험장 앞에는 버젓이 수험번호와 함께 학년별 수험장 안내가 잘 되어 있었다. 너무 조급하니 그 수험장 안내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잘못 물었을 수도 있고, 안내해 준 교사의 말을 잘 못들었을 수도 있다. 충분히 이해된다. 그런데, 한 쌍도 아니고, 부모-자녀 3쌍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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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모들이 놓치는 게 있다. 아이는 배우고 싶지 않아도 급할 때 뜻대로 안되면 타인을 탓하며 큰소리로 화를 내도 된다는 것을 부모의 행동에서 답습한다는 걸.

영재교육원에 보내는 것이 급급한 게 아니라 부모 먼저 감정조절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부모가 감정조절이 되지 않는다면, 정작 즐거움과 유익한 경험 대신 원치 않는 불안과 두려움을 키우게 될 것이다.

 

그날 나는 집에 들어왔다가 오후 약속을 취소하고 아이를 데리러 갔었다. 미소지으며 나온 딸이 내 얼굴을 보자 더 환해졌다.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 줄 몰랐다며 감동이라면서 기뻐했다. 그 날 시험의 불안보다는 엄마가 기다려줬다는 안도감과 따뜻함이 새겨졌을 것이다.

 

부모의 감정표현은 필수다. 감정소통은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부리고 화를 낼 것이 아니라 감정을 인식하고 그 감정이 일어난 이유를 얘기할 수 있도록 부모가 먼저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이기화 부모교육전문가·코칭심리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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