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운 돈 돌려드립니다”… 돌아온 양심

실수로 차 위에 현금 600만원 놓고 운전, 수원 대로변에 뿌려져
시민 도움으로 500여만원 되찾아… 경찰 “가져가면 처벌될 수도”

“돈을 잃어버린 누군가는 가슴이 아파할 텐데, 모른 척 할 수는 없었습니다”

 

운전자 실수로 대낮 도로 한복판에 뿌려진 현금 수백만원이 시민들의 도움으로 대부분 환수조치됐다. 600만원의 현금이 뿌려졌는데, 피해자는 사고 발생 5시간 만에 잃어버렸던 돈 대부분을 돌려받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12일 오전 11시께 수원시 장안구 창룡문 지하차도에서 현금 600만원이 뿌려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차도에 돈이 흩날리자 이곳을 지나던 운전자들은 재빨리 주워갔고,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하자 현장에는 현금 10만원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이 돈은 대부업체 직원 L씨(33)가 5만원권 80매, 1만원권 200매 총 600만원이 든 현금봉투 2개를 차량 위에 올려둔 것을 잊어버리고 운행해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L씨는 경기도교육청 인근 주유소에서 출발, 수원터미널에 도착한 뒤에야 돈을 차량 위에 올려놨던 사실을 기억해냈다. 그러나 L씨가 돈을 까맣게 잊고 운행하는 사이 돈은 1번 국도 오산 방면 창룡문 지하차도 약 400m 도로에 모두 흩뿌려졌다.

 

한순간의 실수로 순식간에 600여만원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L씨는 허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경찰이 발 빠르게 사건 발생 장소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는 500여만원을 모두 찾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잃어버렸던 돈 대부분이 환수됐다. 시민들이 자진해서 주은 돈을 경찰서로 가져온 것. 

L씨는 불과 몇 시간 만에 502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특히 사고발생 직후인 오전 11시30분에는 4명의 50대 여성이 사고 발생장소와 가까운 수원중부경찰서 창룡문파출소를 찾아와 97만원을 돌려줬다.

이들은 “갑자기 돈을 줍기는 했지만, 금액이 상당해 누군가 잃어버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파출소를 찾았다”며 돈을 돌려주고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오후 3시20분께는 5만원권 수십장을 가지고 수원서부경찰서 호매실파출소를 찾아온 30대 남성 덕에 무려 374만원이 한꺼번에 환수조치 됐다. 

A씨(32)는 “차도에 쿠폰이 많이 떨어져 있어 차를 세우고 자세히 봤더니 돈이었다”면서 “돈과 함께 주웠던 봉투를 들여다보니 수백만원이 있어 깜짝 놀라 파출소로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수원시민들에게 감사하다”면서 “아직 회수되지 않은 돈을 주워간 이들 중 자진해서 돌려주지 않는다면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로 형사 입건될 수 있으니 인근 지구대를 찾아 환수조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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