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전액 현금 인출 알고도 피해자 말 믿고 추가 확인 안해
특히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은 노인이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할 당시 은행의 요청으로 경찰이 집까지 호송해준 것으로 밝혀져 경찰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이같은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아쉬움이 남는다.
12일 인천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남구 한 주택에 사는 A씨(72·여)는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남성으로부터 “명의가 도용돼 위험하니 돈을 보관해 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놀란 A씨는 자신이 속고 있다는 생각은 못한 채 남성의 말을 믿고 지시에 따르기로 했다. A씨는 오후 1시께 B 은행에서 4천935만 원을 인출해 자신의 집 세탁기 안에 두고 밖으로 나왔으며, 집 열쇠는 우편함에 보관했다.
이 사이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남성은 A씨의 집에 들어가 4천여만 원을 챙겼다. A씨는 이어 오후 2시와 4시께 각각 또 다른 금융기관에서 총 5천만 원을 인출해 집 인근에서 이 남성에게 직접 돈을 건네기도 했다.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남성은 몇 시간 만에 70대 노인으로부터 1억여 원에 달하는 돈을 뜯어냈다.
특히 A씨가 처음으로 4천여만 원을 전액 현금으로 인출할 당시 B 은행은 경찰에 현금호송을 요청, 숭의지구대 소속 경찰이 A씨를 현장에서 만났다. 경찰은 “수술비로 사용할 것”이라는 A씨의 말을 믿고 집까지 호송해준 뒤 철수했다.
그러나 카드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70대 노인이 현금으로 수술비를 낸다 하더라도 다양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찰이 범행 예방을 위한 사용처 확인 등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면 이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발생하자 남부서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남부서 한 관계자는 “B 은행이 보이스피싱 의심 신고를 하지 않고 단순히 현금호송 요청을 한 것이 아쉽다”며 “앞으로 다액이 인출될 경우 사용처 등을 정확히 확인해 범행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금감원 직원을 사칭해 A씨를 상대로 사기행위를 저지른 남성의 뒤를 쫓고 있다.
최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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