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동행했던 지구대 경찰관 지능팀에 전화만 했어도…

70대 할머니 9천만원 보이스피싱 피해 진한 아쉬움

경찰이 70대 할머니의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를 막지 못해 아쉬움(본보 13일 자 7면)을 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 해당 지구대의 대응을 놓고 “전화 한 통이면 됐는데….”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씨(72·여)는 지난 8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남성에게 속아 은행에서 인출한 9천935만원을 집안 세탁기에 넣어뒀다가 도난당하는 등 거액을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사기를 당했다.

 

당시 은행 측으로부터 “거액을 인출한 손님이 있다”는 연락을 받은 경찰은 현장에서 A씨를 만났지만, A씨가 “병원 치료비로 쓰려 한다”고 답한데다 해당 병원에 환자 명단 중 A씨의 이름을 확인하고선 아무런 의심 없이 A씨를 집에 데려다줬다.

 

반면 사흘 뒤 A씨가 또다시 속아 4천만원을 인출할 때 출동한 경찰관은 A씨에게 거액을 찾은 이유를 묻다가 의심스럽자 곧바로 경찰서 내 보이스피싱 전담반인 지능팀에 전화를 걸었다. 출동한 지능팀은 곧바로 A씨가 보이스피싱 당한 사실을 알아 채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현재 경찰은 지역 내 은행과 고객이 1천만원 이상을 출금하면 112 신고 등을 통해 경찰에 알려주는 협약을 맺었고, 최근엔 일선 지구대까지 매주 화상회의 등을 통해 거액 인출금의 출처가 불확실하면 지능팀에 전화하도록 수차례 강조해 왔다.

 

결국 지난 8일 지구대 직원이 스스로 판단하기 보다는, 평소 교육받은 대로 전문가인 지능팀에 전화만 했더라도 A씨가 남편의 사망 보상금을 허무하게 날리지 않을 수 있었던 셈이다.

 

최일선 현장에서의 대처가 이처럼 너무나도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좀 더 경찰이 범죄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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