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위안화 절하는 불가피, 속도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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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위안화 절하때문에 세계 주식시장이 급락하는 등 온통 난리다. 시장에선 지난해 8월에 이은 2차 위안화 쇼크라 한다. 하긴 지난해 8월에도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5% 절하시켜 세계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었기 때문에 꼭 이상하다고 할 수만도 없다.

금융시장 특히 주식의 경우는 기대를 선(先)반영하기 마련이라서 위안화절하로 인한 환차손이 심하게 우려되면 빨리 팔아치우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의 금융당국은 위안화 절하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역외시장에까지 지급준비율제도를 적용, 위안화 유동성을 흡수해서 위안화 절상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고, 리커창총리도 나서서 수출증가를 위해 위안화 절하를 단행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밝히고 있다.

 

그럼 향후 위안화 전망은 어떨까. 일각에선 연초의 위안화 절하는 지난해 중국성장률이 6.9%로 목표에 미달했기 때문에 중국경제 불안이 반영된 것일 뿐, 점차 안정될 거로 보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위안화 절하는 불가피하며, 속도가 문제라는 의견이다. 

올해 달러대비 10~15% 절하, 심한 경우는 50%까지 급격한 절하를 보일 거란 의견도 나온다. 왜 그럴까. 위안화 절상요인은 거의 없고 절하요인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요인을 꼽아보면 첫째, 아무래도 올해 중국의 성장률유지를 위해선 위안화 절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중국은 리만사태 이후의 생산설비과잉으로 기업투자가 만만치 않고, 소비는 구조적으로 임의로 늘릴 수 있는 부문이 아니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국유기업개혁으로 고용과 경우에 따라선 공장가동률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만큼 성장률하락압력이 강하기 때문에 수출증가를 위한 위안화 절하유인이 크단 얘기다. 특히 13차 5개년계획(2016~2020년)의 목표성장률 6.5%를 달성하려면 첫해인 금년의 성장률을 가급적 높여야 한다는 부담도 상당하다.

 

둘째, 미국의 금리인상압력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말 금리인상을 한 차례 단행해서 향후 횟수만 문제일 뿐 계속 인상할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지난 7년간 금리인하와 함께 풀렸던 엄청난 글로벌자금들은 미국시장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소위 디레버리징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국가 중 하나로 중국을 지목한다는 점이다.

지난 7년간 중국은 신흥국 중 해외자금조달이 가장 빨리 늘어난 국가(홍콩 포함)인데다, GDP대비 기업부채비중도 157%로 과거 일본의 버블정점(1989년) 때 132%보다도 높다. 따라서 부채감소를 위한 자산매각의 리밸런싱이 본격화할 경우 위안화매도, 달러매수의 위안화절하압력이 상당할 거란 의견이다. 셋째, 헤지펀드 등 핫머니 움직임도 위안화절하요인이다. 이들은 위안화의 급격한 가치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지난해 하반기에만 6천억 달러 빠르게 소진되고 있어서 중국당국이 위안화를 마냥 떠받칠 수 없을 거라는 게 이들 생각이다.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역외은행에 지급준비율제도를 도입한 것도 외국은행들이 위안화 대출금리를 올려 홍콩은행들에 빌려주면서 지속적 효과는 의문시되고 있다. 또 이전과 달리 중국의 환율변동 폭이 하루 2%로 커진데다, 역외시장이 생겨 역내외의 환율 차익거래가 생긴 것도 위안화 절하압력을 키우고 있기도 하다.

 

넷째, 중국당국도 내심 위안화 절하를 원한다는 점이다. 급격한 절하로 인한 혼란을 막고 싶을 뿐, 점진적으로 절하된다면 수출증가에 목마른 중국으로선 싫을 리가 없다. 점진적으로 절하되고, 수출이 는다면 경기회복기대가 주식의 환차손을 상쇄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은 지난해 말 이미 IMF SDR에 편입돼 있는 상태다. 

이외에 원유가가 30달러로 떨어져 산유국경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중국수출을 압박하고 있는 점, 중국도 디플레압력이 커져 위안화절하로 물가상승이 필요한 점, 최근 홍콩달러에 대한 핫머니공격으로 아시아 등 신흥국 통화절하 도미노가 우려되고 있는 점 등도 위안화 절하압력요인이다.

 

전체적으로 위안화 절하는 올해 세계 금융시장의 가장 큰 변수라 할 만하다. 장기간의 과거 경험상 경제사이클의 큰 변화가 있을 땐 반드시 대대적인 환율변화가 있었다. IMF위기를 겪은 우리로서 냉정하게 분석,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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