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학교수 입장에서는 기업체에서 학습하는 인턴십을 선뜻 학점과목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웠다. 학교에서 교수가 진행하는 수업과는 달리 기업체에 나가 현장업무를 익히는 것이 과연 ‘공부’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하기야 현장에서는 마지못해 대학생을 인턴으로 받아 놓고는 잡일이나 시키는 경우도 많았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한 학기 기업에서 연수를 하면 4과목을 이수하는 것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취업으로 바로 연결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인턴십은 좋은 교육과정으로 자리를 잡았고, 일반 기업체 인턴십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이나 NGO, 나아가서는 해외 인턴십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창업열기가 대학가에 번지고 있다. 특히 창조경제를 기치로 내세운 현 정부는 3년 전부터 대학에 창업교육을 강하게 주문하고 나섰다. 창업관련 과목을 다수 개설하게 하고 또 창업실습이나 캠프를 열게 하며 또 창업을 지원하는 재정이나 공간 그리고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도 교수들의 불만은 크다. 창업교육이라 해봤자 학문적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껏’ 아이디어를 찾고 이것저것 시행착오를 하는 것이 고작 아니냐고 보는 것이다. 교수들의 이러한 우려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창업교육은 대학교육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창업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의 숫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급기야, 학생이 스스로 학습프로그램을 설계하여 학점을 받는 자유학기제가 중학교뿐만 아니라 대학에도 도입되고 있다. 필자가 알기에는 이화여대, 한동대 그리고 필자의 학교인 아주대학이 내년 1학기부터 실시한다고 한다. 아주대학에서는 ‘도전학기’라는 이름으로 실시하는데 학생들로부터 신청을 받아보니 65개 팀 164명이 지원을 했다. 그 중 심사를 거쳐 39개 팀 118명이 허가를 받았다. 이 중에는 영화를 제작하겠다는 팀도 있고, 경주용 자동차를 제작하겠다는 팀도 있고, 해외에 나가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팀도 있다. 학생들은 교수나 전문가로부터 지도를 받고 또 활동비도 일부 지원을 받는다. 이것도 교수들은 걱정이 많다. “아니 과외활동으로 해야 할 일들에 학점을 준다는 말인가” 하며 볼멘소리다.
교육과 사회요구와의 괴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교육자들이 그리고 있는 인재상과 많이 다른 것이다. 사회는 단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인재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원하고 있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 아니 우리 산업화 초창기의 정주영, 이병철 같은 인재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에서 교실파괴, 교수파괴 나아가서 교육과정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안정적이고 수직적인 사회에서 교육은 조직중심, 교사나 교수 중심, 교실중심이었다. 그러나 이제 변화가 가속되고 수평화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개인중심, 학습자 중심, 현장중심으로 교육이 바뀌어 나갈 수밖에 없다. 이제 교수도 ‘갑’의 위치를 포기해야 하나 보다.
조영호 아주대학교 경영대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