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성
지난 연말 한·일 양국의 해묵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 내용은 그 동안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인해 왔던 일본이 정부를 대표하여 아베 총리가 이를 공식적 사죄와 책임 통감, 위안부 할머니 상처를 위한 10억엔 지원, 위안부 문제의 최종 불가역적 해결과 이 문제에 대해 더이상 거론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제 시절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어린 학생과 젊은 처녀들이 숨고 도망 다녔던 이야기는 아직도 내겐 낯설지 않은 얘기다. 평생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온 할머니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아베 정부가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죄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베는 ‘불가역적(不可逆的)’ 합의라며 그들이 저지른 반인륜적 만행에 대해 이번이 ‘끝’이라고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고 한다. 이번 사죄에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지금까지 아베와 우익세력은 기존의 고노담화(1993)를 부정하고, 이를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며 그들의 잘못을 부정하고 변명해 왔다. 당시 고노는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 “위안소는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되었고, 위안소의 설치, 관리와 위안부 이송에 일본군이 관여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일본의 아베와 우익들은 이를 부정하고 외면하고 있다.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2차 대전의 전범 재판이었던 극동 군사재판(일명 ‘도쿄재판’, 1946)을 다시 검증하겠다는 태도이다. 이른바 ‘전쟁 및 역사인식 검증 위원회’(2015)가 그것이다. 당시 군사재판은 일왕도 전범으로 처리하지 못한 부실한 재판이었다. 그런데도 이를 다시 검증하겠다고 한다. 아베와 우익들의 역사수정주의는 과거에 그들이 저지른 잘못을 부정하려는 것이 핵심이다. 이들은 전범에 대한 시각 수정과 개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베는 “도쿄재판은 연합군이 승자의 판단에 따라 단죄했다”고 도쿄재판을 부정하고 있다. 이는 전후 질서와 국제사회에 대한 부정이고, 미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다. 아베는 일본이 도쿄재판을 받아들이는 것을 조건으로 연합국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1951)을 맺고 국제사회 일원으로 복귀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거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저지른 집단 광기는 IS의 테러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아베의 ‘사과는 이번 한번 만으로 끝’이라는 태도는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후일 아베가 한·일 양국의 후세들에게 역사를 왜곡하고 도전한 사람으로 평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아베와 우익들이 인륜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자세로 문제를 바라보길 바란다.
김유성 용인 청덕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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