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관문이 불안하다
지문 19점 확보·화과자 상자 경로 추적… IS 모방 범죄 가능성 주목
인천국제공항에서 폭발물 의심물체가 발견되고 환승 관광객 밀입국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등 공항 보안 전반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 폭발물 의심물체 용의자 행적파악 총력
31일 인천공항공사와 인천공항경찰대,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소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9일 오후 4시께 인천공항 1층 C 입국장 옆 남자화장실에서 아랍어로 쓰인 경고성 메모지와 폭발물 의심물체 등을 수거해 정밀 분석에 나섰다. 발견된 아랍어는 컴퓨터로 출력한 A4 용지로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다. 신이 처벌한다”는 글자가 적혀 있지만 문법이 틀린데다 IS 등 테러단체가 사용하는 코란경전 인용 글귀가 없어 아랍어 비전문가가 작성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부탄가스 등 인화성 물질을 감싸고 있던 화과자 상자가 국내 유명 제과업체의 상자인 것으로 확인, 구입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또 의심물체가 발견된 화장실 전체에서 유의미한 지문 19점을 채취해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제과업체가 인천공항 내부를 포함해 전국에 수많은 매장이 있는데다 의심물체가 발견된 화장실과 CCTV 설치장소가 떨어져 있고 화질이 좋지 않은 탓에 용의자 특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제과업체 상자의 구체적인 상표나 판매처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 또 구멍뚫린 보안구역
올해 들어서만 두 번이나 발생한 인천공항 환승 관광객 밀입국 사건 역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7시 24분께 인천공항 2층 입국장 무인 자동출입국심사대 게이트를 강제로 열고 밀입국한 베트남인 A씨(25)의 소재는 현재까지 오리무중이다. 당시 A씨가 밀입국한 2층 입국장 심사대는 모두 7대지만 관리요원은 고작 1명뿐이었다. 그렇다 보니 A씨가 열고 나간 게이트에서 2분 가까이 경보음이 울렸음에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해 심각한 보안 구멍을 노출한 셈이다. 이처럼 올해 초 발생한 수하물 대란부터 잇따른 밀입국, 폭발물 의심물체 발견 등 인천공항에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자 정부는 긴급 대책을 논의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을 방문, 앞서 발생한 중국인 부부 밀입국 현장 등을 직접 확인한 데 이어 이날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인천공항 보안 강화 등 방안 마련을 위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황 총리는 “인천공항 화장실에서 아랍어 경고 메시지와 함께 폭발물 의심물체가 발견된 것은 우리나라가 더는 테러에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테러는 수습보다는 예방이 최고의 대책이다”고 강조했다.
양광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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