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 전날 서울의 갤러리 현대에서는 1990년 그곳에서 열렸던 <늑대의 걸음으로…>의 영상기록을 포함한 작품들로 추모전이 열렸다. 원로작가 김창열은 백남준의 퍼포먼스를 재현하기도 했고 평론가들과 지인들은 돌아가며 작품세계와 그의 삶을 추모했다. 하지만 뭔가 알맹이가 빠진 듯한 허전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추모사들은 대부분 그와의 교분을 은근히 강조하는 단편적인 수준의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추모도 중요하지만 이젠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심층적 연구와 재평가를 통해 우리 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정작 우리는 아직도 그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는 명실상부한 현대미술사의 거봉으로서 사후에도 한국을 국제무대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대통령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두어 한류를 비롯한 국가브랜드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 고흐나 피카소의 브랜드 가치를 생각할 때, 백남준의 브랜드 가치는 여타 신규개발 브랜드와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국가적 차원에서 해외에 흩어져있는 그의 대표적 작품의 수집보존에 착수해야하며 국제무대의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킹을 내실화해야 한다. 다행히 경기도는 그 브랜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백남준아트 센터를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빈약한 재정과 관심부족으로 개관시기의 명성조차 유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협업으로 이를 획기적으로 활성화하며 그의 브랜드 가치 생산을 전략화하는 일은 ‘넥스트 경기’의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추모를 위한 새로운 ‘늑대의 걸음’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찬동 경기문화재단 뮤지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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