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대한민국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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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제97주년을 맞는 3ㆍ1절이었다. 1919년에 일어난 3ㆍ1운동은 세계만방에 한국인의 독립의지를 알린 민족적 거사였다. 3ㆍ1운동은 세계적인 반제국주의 민족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중국의 5.4운동, 인도의 비폭력·불복종 운동, 베트남·필리핀 등 식민지 아시아 각국의 민족운동에도 큰 자극이 되었다.

 

3ㆍ1운동의 영향은 여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3ㆍ1운동에서 표출된 한민족의 독립의지를 수렴하여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 이후 임시정부는 한민족의 독립운동을 영도하는 민족대표 기관으로 활동하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919년 4월 11일, 상하이 첫 번째 임시의정원(국회) 회의에서 대한민국의 건국과 임시정부의 수립이 선포되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선포는 대한제국의 국호를 계승하되, 국체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화제를 채용하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황제 일인만을 위한 전제국가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주권자인 민주주의 국가로서 첫 발을 디딘 것이다. 미국·프랑스·중화민국 등의 건국기념일이 바로 구체제와의 항쟁을 선포한 날을 연원으로 하여 기념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한민국의 건국도 그런 세계사적 보편성과 혁명적 성격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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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해방 직후 제헌헌법 전문에도 “대한 국민은 기미년 3ㆍ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민주 독립국가를 재건”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었다. 1948년 정부수립 직후의 ‘관보(官報)’나 공식 문서의 연호도 ‘대한민국 건국 30년’으로 표기하였다. 대한민국이 독립운동의 전통 위에서 세워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려는 주장이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른바 1948년 ‘건국절’ 주장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서 ‘이승만 국부론’을 앞세우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이승만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는 행위이다.

 

제헌국회 의장이었던 이승만이 제헌헌법 전문에 못 박은 대한민국의 뿌리를 부정하는 것은 겨레와 민족을 위해서 피 흘린 숭고한 독립운동의 역사를 통째로 부정하는 친일적인 행위이다. 아울러 역사적 정통성에 있어서 대한민국 정부에 열등감을 갖고 있는 북한정권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1919년 3ㆍ1운동의 결과로 탄생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절대로 훼손시켜서는 안 될 일이다.

 

박성순 단국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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