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공천(公薦)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ihju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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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막판으로 접어든 정치권의 공천작업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각 당이 공천심사위원회를 두고 한곳 한곳 낙점자를 발표할 때마다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공심위 논의 자체가 결코 투명하지 않으니 발표가 나기도 전 심사 과정에서 살생부니, 누구의 계파니 하는 등의 잡소리가 나고 끝내 새누리당에서는 자신들이 뽑은 대표를 향한 막말 파문까지 발생했다. 이 같은 후유증은 그대로 현장에까지 이어져 공천반대 성명서가 연일 발표되고 일각에서는 아예 공천반대 운동까지 전개되고 있다.

 

물론 각 당이 올바르고 역량을 겸비한 후보를 고르기 위한 ‘공천’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비판 대상은 아니다.

국회의원은 정부와 함께 국정을 이끌어야 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 이를 국정에 반영시켜야 하는, 그리고 법을 만들어 국민의 삶을 더욱 윤택하고 살 찌워야 하는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갖는 만큼 옥석을 가리듯 정성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다.

 

문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천’이 과연 그 자체가 갖고 있는 정의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순수성은 유지되고 있는지, 목적은 잃지 않고 있는지 등에 대한 의문을 너무도 많이 낳고 있다는 것이다.

 

각 당 소속원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이 바라보는 현재의 공천작업이나 과정은 ‘추잡하고 난잡하다’가 주류다. 역대 선거에 있어서도 공천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19대에 이은 20대 공천 과정은 더욱 심하다는 것이다.

 

왜일까? 한마디로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에 국민이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약속했으나 관철은 고사하고 사실상의 전략공천을 방관하고 있고, 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면서까지 국민과 함께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친노니 비노니 하고 으르렁대고 있으며, 마치 국민이 만들어 준 것 같은 당명을 정한 국민의 당은 국민의 여망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집불통이다.

 

늦었지만 이 시점에서 정치권은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국민을 바라보라 권하고 싶다. 황금배지를 향해 네편내편 싸움을 하는 동안 정작 한표한표를 행사해야 할 유권자들의 절망과 힘겨움이 보이는지 말이다.

 

현재 유권자의 모습은 한마디로 애처롭기가 그지없다. 사회 곳곳에서 채 10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이 버림받고 학대를 받다 주검으로 발견되기가 일쑤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범죄의 유혹에 빠지고 있다. 그나마 직장을 갖고 있는 중장년층은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 불안감 속에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이가 태반이며, 어르신들 중 적지 않은 수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세상을 등지거나 가정에서 이탈하고 있다.

 

고 김대중 대통령(당시 평민당 총재)에게 던졌던 질문이 불현듯 떠오른다. “정치가 뭡니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허허 웃던 김 총재는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야. 국민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국민이 아파하는 곳을 치료해 주고, 국민들에게 살아갈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지”라고 답을 줬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답이 정답인지는 아직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정치하는 자의 근본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조선 개국을 선도했던 정도전(鄭道傳)은 국본(國本)을 민본(民本)으로 삼아 이에 맞는 인물을 골라 쓰는 제도를 만들어 500년의 전통을 세웠다.

 

공천은 바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가리고 골라내는 것이어야 한다.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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