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새봄을 맞는 ‘칼랑코에’ 농가의 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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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가 다가왔다. 입학하는 새내기들, 한 학년을 진학하는 학생들은 새 학교 새 친구를 맞을 기대에 마음이 설렌다. 한 반에 수십 명이 옹기종기 모여 설렘에 가득한 채로 공부하는 학생들과 그 분위기가 비슷한 꽃을 꼽자면 단연 ‘칼랑코에’다.

 

칼랑코에는 꽃대 하나에 30여개의 작은 꽃을 만발하며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는 소분화류 꽃의 여왕이다. 또한 ‘설렘’이라는 꽃말도 갖고 있다.

 

칼랑코에의 고향은 2천 년 전 인류가 들어가 살기 전까지 거의 지리적으로 단절됐던 마다가스카르 섬이다.

 

칼랑코에가 마다가스카르를 떠나 세계에 알려진 것은 1763년 프랑스 식물학자 미셀 어댄슨(Michel Adanson)이 발견하면서부터다. 이후 원예종으로써 상품적 가치를 알아본 독일의 식물 육종가 브라설드(Blossfeld)가 1932년 칼랑코에의 한 종인 ‘브라설디아나(blossfeldiana)’를 상업적으로 출시했다.

 

네덜란드는 칼랑코에의 유전자원 들을 수집해 신품종을 개발하고 전 세계 칼랑코에 시장을 90%를 장악, 신품종 마다 값비싼 로열티를 부가하여 팔고 있다.

 

칼랑코에 꽃 색은 다른 꽃들과는 달리 다양한 색깔로 꽃을 피우는데 그 중에서 빨강, 분홍, 노랑, 오렌지, 흰색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분화류 농가의 소득원으로써 매우 중요한 화훼작물 중이 하나이다. 그렇지만 칼랑코에는 재배역사가 짧고 재배면적이 작아서 변변찮은 국산 품종이 없어 우리 농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식물 한 개체 당 100원 가량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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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만큼도 못한 소분화류 값이 똥금이다.’라는 말이 화훼농가의 장탄식처럼 들린다. 원두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우리 음료문화에 깊숙이 들어와 저렴한 가격에서부터 고가의 커피까지 다양하게 소비되고 있지만 꽃은 값의 고하를 떠나 우리 생활에 아직까지 가까이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몹시도 안타깝다.

 

고양시에서 10여 연간 칼랑코에 농사를 짓고 있는 L씨는 올해 경기도에서 개발하여 로열티 없는 신품종 ‘핑크원’, ‘오렌지원’ 칼랑코에를 올 가을 일본에 수출할 계획이다.

 

수출용 모종을 키우는 L씨의 마음은 새학기를 맞은 소년처럼, 봄을 맞은 처녀처럼, 마치 칼랑코에 꽃말처럼 설렌다.

봄부터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정성들여 키운 칼랑코에를 일본에 처녀 수출 하는 L씨의 기대가 가슴 벅차오르는 환호로 바뀔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서명훈 경기도농업기술원 선인장다육식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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