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수도권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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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급진전 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이를 ‘Urban Centry’라 부르고 있다. 전 세계 인구 중 도시인구 비중은 1900년 14%였으나 2000년 47%, 2030년에는 80%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화의 이러한 급격한 진전은 대도시, 특히 거대 대도시가 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인구 1천만 이상 메가시티가 2000년 18개였으나, 2015년 현재는 30여개에 달한다. 글로벌 경제시대에 거대 대도시권의 역할이 갈수록 주요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제 미국과 영국 그리고 중국과 일본이 경쟁하지 않는다.

뉴욕과 런던 그리고 상하이와 도쿄의 경쟁 시대다. 일부 학자는 도시국가가 중심이었던 중세시대에 빗대어 21세기를 ‘신중세시대’라 부르고 있다. 대도시권의 경쟁력이 바로 국가경쟁력을 대표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수도권은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대도시권이다. 그러나 수도권의 경쟁력수준은 세계 여러 나라의 대도시권들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 수도권의 경쟁력은 해외선진 대도시권에 비해 현저히 취약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경쟁상대국인 중국의 대도시권에 비해서도 뚜렷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샌드위치적 입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서울연구원이 몇 년전 서울 소재 70개 외국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동북아 3개 대도시권의 경쟁력 비교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수도권은 동경권 및 상해권에 비해서 비즈니스인프라, 조세환경, 금융여건, 입지규제, 생활환경, 행정지원 등 모든 부문에서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도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바꾸어야 한다. 지난 30여 년 동안 수도권은 균형발전이라는 정치적 캐치프레이즈로 인해 인구집중 및 지역불균형을 야기시키는 주범으로만 인식되어 왔다. 

수도권에 대한 모든 정책이 이 같은 인식을 전제로 규제위주로 수립되었기 때문에 경쟁력을 제고하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으며 오히려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국토공간상에서 그리고 한국경제에서 수도권의 역할과 기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도권은 인구와 경제력의 집중을 야기시키는 원흉이 아니라 여타 모든 나라들의 대도시권처럼 우리 국토의 “지주회사”로서 전국을 대상으로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수도권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고 경제활동의 50% 이상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더더욱 신규고용창출의 60%가 수도권에서 일어나고 새로운 사업기회가 가장 많이 열려 있는 곳으로서 기회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한국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산업의 허브로서의 수도권의 역할이 필요불가결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경제전문가들에 의하면 향국 한국의 산업구조는 주력 제조업의 강점을 바탕으로 IT와 금융을 가미하여 선진국형 복합ㆍ솔루션 산업 중심으로 구조전환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IT 및 금융업이 특화되어 있는 수도권이 한국경제의 미래를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이러한 인식전환을 바탕으로 수도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수도권 공간구조 고도화 작업이 바로 그것이다. 즉 국토의 12%를 차지하는 수도권 전체 토지를 보다 효과적.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수도권 공간구조를 재정립하여야 한다.

 

현재 수도권의 공간구조는 선진국의 대도시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왜곡되어 있다. 통계에 의하면 수도권의 경우 서울 반경 20㎞ 이내에 전체 주거지의 약 65%가 입지되어 있는 반면 보다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반경 20-50㎞ 사이에는 전체 주거지의 약33%만 분포되어 있다. 

수도권의 이러한 공간구조는 그린벨트를 포함한 다양한 토지이용규제로 인한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토지이용규제의 정비를 통해 서울 반경 20-50㎞에 인구 및 산업을 보다 집중적으로 배치함으로서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도권의 공간구조를 고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허재완 중앙대 사회과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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