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심포지엄 주제를 어떻게 정했으면 좋겠냐고 필자에게 자문을 구했다. 필자가 5년 전쯤에 민간예술단체 재원조성과 관련한 심포지엄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한마디로 민간 예술단체가 맘 놓고 예술 활동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는 자리였는데, 여기에는 대학교수, 관련부처 담당자, 민간예술단체 실무자 등 민·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발제자, 토론자로 참여 하였다.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면서 나온 결론은 ‘돈’이었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실소를 금치 못하는 답이고 매번 반복되는 뻔한 답이다. 그렇다면 그 돈을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누가 구해 줄 것인지를 물어보면 아무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지금까지 그렇다. 필자는 90년대 중반 즈음 연극계에 몇 년 몸을 담고 있던 때가 있었다. 그 때 단순 호기심에 서울 대학로 연극배우들의 수입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해보았더니 평균 연봉이 300만원에서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이었다. 그야말로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액수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조사 과정에 대부분 투잡은 기본이고 일부 연극인들은 동대문, 남대문 등 야시장에서 아르바이트 한다는 소리도 들었다.
연극을 비롯한 순수예술 활동을 통해 벌이를 하는 사람치고 쪼들리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로지 예술을 사랑하는 죄로, 내가 아니면 누가하겠냐는 사명감 하나로, 관객의 박수소리로 배 채우며 묵묵히 그 길을 간다는 그들을 보면 왠지 가슴이 아리다.
21세기는 문화예술이 경쟁력이라 했다. 문화의 발전이 그 나라의 발전이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 했다. 그러나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새벽시장에 나가야 하고, 공연이 없는 날은 막노동판을 전전하고, 아무도 없는 한 평짜리 단칸방에서 쓸쓸하게 죽어 가는 예술인이 존재하는 한 문화는 경쟁력도, 미래를 위한 투자의 수단도 결코 될 수 없으리라.
김대종 수원문화재단 경영사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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