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구의회에 조례안을 상정한 이후 수차례에 걸쳐 고배를 마신 셈인데, 그동안 구청장으로서 답답하고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지만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대체 연수구에 장학재단이 왜 필요한 것인가?”
연수구는 송도국제도시의 지속적인 인구유입에 따라 꾸준히 학생 수가 늘고 있으며, 고품격 교육도시로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곳이다. 특히 ‘개천에서 용 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요즘 학생들에 대한 균등한 교육기회 제공과 이를 통한 지역인재 양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구는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장학재단을 설립 후 4개년에 걸쳐 출연금 70억원, 민간기탁금 30억원을 합쳐 1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고, 매년 이 기금의 운용 수익금으로 장학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금액을 사용하면 없어지는 매몰비용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연수구 혹은 인천 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봐야 한다. 구민 모두가 연수구 학생들의 후원자, 즉, 키다리아저씨가 되는 것이다.
당초 연수구 장학재단 설립 관련 조례안은 지난해 8월 구의회에 상정되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보류됐으며, 지난해 10월과 11월 재차 상정했다가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새누리당 의원 2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 가부동수로 부결됐다. 이후 최근 열린 임시회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로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부결 처리됐다.
그 과정에서 구는 장학재단 설립에 반대의견을 수렴하여 장학재단 사무국 업무담당을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당초 기금운용 수익금의 80% 이상을 장학사업에 사용토록 상향조정하는 등 조례안을 정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상황이 계속 연출됐다.
장학사업은 주민들의 복리를 위한 사업이며, 연수구의 미래를 위한 사업이다.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면 안 된다. 그런데 일부 구의원들은 구청장이 하고자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정치적인 잣대를 들이대 판단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최근 경제청에서 이관된 생활밀착형 사무처리와 관리대상 공공시설물 증가 등 새로운 행정환경 대응에 필요한 시설안전관리공단의 설립 추진 또한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구의회와 소통이 어려운 실정이다.
구청장과 구의원은 모두 구민의 뜻에 의해 선출된 일꾼들이다. 물론 서로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역할로 때론 의견충돌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모든 판단의 가장 밑바닥에는 구민의 뜻이 있어야 하고, 그 뜻은 합리적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단지 당리당략에 따라 구민의 뜻과 그 합리성을 해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전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것이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세상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고 가볼 곳도 많으니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붙잡기만 하면 되는 거죠. 비결은 바로 유연한 사고에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상상력이 아닐까 싶어요. 상상력이 있어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거든요. 그래야 친절한 마음과 연민과 이해심을 가지게 되니까요.” 소설 키다리아저씨의 주인공 소녀 ‘주디’가 자신을 후원하는 키다리아저씨한테 쓴 편지 내용이다.
우리 옆집의 아이들, 연수구의 청소년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면, 연수구의 미래가 보다 환하게 빛나지 않을까? 아마도 장학재단이 그 환한 미래를 위해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연수구민 모두가 키다리아저씨가 될 수 있는 흐뭇한 일일 것이다. 모쪼록 연수구의 미래를 위한 장학재단 설립에 구민들의 이해와 구의회의 협조를 간곡히 당부 드린다.
이재호 연수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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