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5학년’이란 말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표현인 듯하다. 정의상으로는 취업이 어려워 대학에 더 오래 재학하거나,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실업자가 아니다.
바로 비경제활동인구다. 청년 실업률 12.5%에는 이러한 청년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체감하는 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달한다고 판단된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기조에 두고, 지난 3년 간 청년 고용을 늘리기 위해 투입한 예산은 5조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이 심각해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책적 원인, 일자리 공급측 원인, 수요측 원인 그리고 사회적 원인이 있다. 먼저, 첫 번째에 해당하는 정책적 원인을 보자. 청년 실업의 문제가 발생한 데는 고용 정책이 불완전한 일자를 확대하는데 머물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청년인턴제가 그 예이다. 청년들이 단기적으로는 취업자가 되었지만 인턴기간이 끝나고는 실업자가 되고 만다. 인턴 자리도 ‘하늘의 별따기’이지만, 인턴 취업을 하지 않았으면, 현재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가 된다. 결국 고용률을 높이려 의도했던 고용정책이 실업률을 높인 격이다.
둘째, 청년실업의 배경에는 일자리 공급측 원인이 있다. 세계 경제가 불황인데, 한국 경제만 호황일 수 없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 여건상 더욱이 그러하다. 특히,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주요 산업의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한국의 주력산업들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불황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
결국, ‘구조조정’이라는 선택을 취한 한국경제는 신규채용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단어가 되었다. 신규채용을 늘리면, 구조조정을 더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제 살 깎는 격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고, 사업 철수를 계획하고 있는 상황 하에서 고용창출력은 현저히 떨어지고 만다.
셋째, 청년층에게도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고용 정책과, 일자리 공급측 원인 뿐만 아니라, 일자리 수요측 원인도 있는 것이다. 청년들의 부모세대들은 자녀들을 VIB(Very Important Baby)로 키웠다. 최고급 유모차와 분유를 먹고 자라난 아이들은 최고의 교육 프로그램을 받고 자랐다. 모두가 대학에 진학했고, 모두가 대기업 일자리를 선택하고자 한다.
실제로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대기업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다. 대기업 일자리는 한정적인데, 그 일자리 하나를 두고 천명이 경쟁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일자리 부족에 난황을 겪고 있는데 말이다. 청년들의 눈높이와 시장에서 공급하는 일자리가 미스매치 되고 있다.
넷째, 사회적 원인도 무시할 수가 없다. 인구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작금에는 국민이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100세 시대를 앞에 두고 있는 현재 60세 정년도 짧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한국의 노인 빈곤률이 상당한 문제가 되고 있어, 취업자의 정년을 연장하는데 사회는 합의했다. 2016년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적용되는 정년 연장법은 2017년 중소기업에도 적용된다.
기업이 투자할 여건이 조성되지 못한 경제적 환경 속에서 중년층의 근로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한정된 인건비를 활용해 청년 신규채용을 늘리기 어려운 것이다.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자 하는 방향성에는 노사간의 갈등이 팽배하다. 위축된 경제환경 속에서 인구고령화로 인한 부양부담을 기업이 지게 되었고, 청년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늘리기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청년층 일자리 문제는 정책적 한계만이 아니요, 일자리 공급측인 기업의 문제만도 아닌 것이다. 다양한 원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져 청년실업 문제가 야기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문제 규명이 필요하고, 다각도의 해결책들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고용정책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기업은 유망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정부의 인센티브 및 지원책들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청년층은 자신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오랜 기간 지연될 경우, 견실한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역량을 뽑낼 수 있어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도 청년실업의 이슈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양보와 타협으로 청년 고용환경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야 하겠다.
김광석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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